문화·스포츠 문화

[책] '생명공학의 민주적 사용'… 바이오해커를 아십니까

■ 바이오해커가 온다

김훈기 지음, 글항아리 펴냄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낯설지만, 서구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주목받고 있는 집단 '바이오 해커(Biohacker)'를 소개하고 이들의 최신 활동에 대해 알려주는 일종의 보고서다.

바이오해커의 의미를 간단하게 풀이하면 생명공학(Bio) 분야에 높은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심도 있게 파고들어 그와 관련된 전문적 지식·기술을 갖추게 된 마니아 정도 되겠다. 지식을 탐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고도의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방법론을 연구한다는 점이 이들의 특징이다. 바로 말해 이들은 어떤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자신이 원하는 생명체를 만드는 공학적 실험을 수행한다. 빛나는 가로수, 하루에 색이 두 번 변하는 유전자변형 원예식물 개발 등 재미를 추구하는 연구는 물론 가정에서 만드는 바이러스 치료용 백신이나 특정 유전정보나 건강정보에 적합한 약물을 스스로 처방하는 '자가 헬스케어 프로젝트' 등 사뭇 본격적인 연구도 많다.


저자는 이 특별한 집단이 등장하게 된 이유로 기존 제도권 생명공학에 대한 불만을 꼽는다. 생명공학이 인류에게 수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제도권 내 소수의 전문가들만 독점하고 있는데다 지나치게 대규모 프로젝트에만 매달려 정작 일반인들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민주주의적 사용'. 이것이 바이오해커들이 부르짖는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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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바이오해커의 정의와 이들 집단의 사회적 의미를 짚어주는 것에 이어 현재 활발하게 수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일례로 미국 MIT에서 매년 개최되는 아이젬(iGEM·국제유전공학기계) 대회는 생체 요소를 레고블록과 같이 표준화된 '부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그 '부품'들을 조립함으로써 누구나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시작됐다. 즉, '표준생물학부품목록'에 얼마나 많은 표준화 부품을 등록했는가가 참가자들의 수상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들의 활동에 대해 커지고 있는 반론의 목소리 역시 빼놓지 않는다. 유전자 조작으로 '우월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윤리적 문제도 있고, 값비싼 유전자 검사 등 생명공학의 상업화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아직 바이오해커 활동이 거의 없고 활발하게 진행될 분위기도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 사회에 바이오해커의 등장할 가능성이 낮지는 않다고 전망하며, 향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때 참고가 될 수 있는 기본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저술 의도를 밝혔다. 1만3,000원.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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