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뛰면 서운하고, 때 되면 기다려지는…<br>인천공항 하루에 7만 5,000인분 준비<br>대한항공·아시아나 세계 최고 수준
| 일반석 기내식이 식판으로 한꺼번에 제공되는 것과 달리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은 코스요리로 제공된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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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기내식의 모든 것"
건너뛰면 서운하고, 때 되면 기다려지는…인천공항 하루에 7만 5,000인분 준비대한항공·아시아나 세계 최고 수준
서은영 기자 supia927@sed.co.kr
그래픽=이근길기자
일반석 기내식이 식판으로 한꺼번에 제공되는 것과 달리 비즈니스석과 일등석은 코스요리로 제공된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제공.
이상하게 이 밥을 입에 넣으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은 아닌데도 혹여 잠들어 있다고 안 주고 그냥 지나가면 서운한 마음부터 들곤 하죠.
가끔 단거리라고 간단한 스낵이나 샌드위치, 삼각김밥 같은 것이 나오면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먹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다음 여행은 꼭 장거리로 가겠노라고 마음을 먹습니다.
하늘 여행길에 오르는 여행자만 즐길 수 있는 이 음식은 무엇일까요. 바로 하늘 위에서 즐기는 밥상, 기내식입니다.
여행의 설렘이라는 양념이 듬뿍 들어가 더욱 맛있는 기내식은 해외 여행을 자주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면 평소에 즐기기 어려운 음식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음식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이 음식을 즐기고 있는 나 역시 특별한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요.
흔하게 즐길 수 없는 음식이다 보니 기내식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은 많은데 궁금증을 쉽게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기내식에 대한 궁금증을 모아보니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심지어는 해외 출장이 잦은 여행사 직원들에게도 기내식에 대한 궁금증은 끝이 없었습니다.
질문을 모아준 자유투어 영업팀 직원들은 “기내식을 비행기 밖에서 먹어볼 방법은 없을까? 왜 기내식에는 곱빼기가 없을까? 승무원들도 손님들과 같은 식사를 할까?” 등 그간 누구나 마음에 품었을 법하지만 쉽게 풀 수 없었던 질문들을 마구 쏟아냈습니다.
여행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기내 위에서의 식사에 우리는 그간 너무나 무관심했던 것은 아닐까요. 기내식 역시 여행지에서 즐기는 식사 대열에서 빠질 수 없는 추억꺼리인데도 말이죠.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하늘 위 레스토랑 기내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매일 평균 6만~7만5,000개 식사가 비행기들과 함께 인천공항을 떠납니다. 메뉴만 해도 2,000~3,000여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물론 우리 입 속에 들어갈 메뉴는 겨우 한 두 가지이지만요.
스위스 항공 초콜릿·치즈
국내 취항 항공사 컵라면 제공에
음료 주문하면 돈 받는 곳도
인천공항으로 취항하는 60여개 항공사가 기내식을 직접 생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이들 항공사의 기내식을 만드는 곳은 국내에선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바로 대한항공의 기내식 부문과 루프트한자 자회사인 LSG 두 곳이다. 아시아나 항공 역시 기내식 본부를 운영하고 있었으나 2004년 자산 매각 작업으로 기내식 부문을 정리하고 LSG에서 기내식을 공급받고 있다.
요즘 같은 성수기, 하루동안 인천공항을 떠나는 기내식 개수는 약 7만5,000식이며 이중 대한항공에서 5만식, LSG에서 2만5,000식 가량을 생산, 각 항공사에 공급하고 있다.
■첫째는 위생 둘째는 창의성
대한항공의 비빔밥, 아시아나 항공의 쌈밥 등은 한국인에겐 여행의 피로감을 가시게 해주는 대표적인 기내식이다. 이들 메뉴 모두 국내외 탑승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내식 분야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머큐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요리 대회 수상 기준이 맛과 창의성인데 반해 기내식은 위생이 관건이다. 조리 직후에 배식이 되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기내식은 비행기 출발 전 4~6시간에 조리를 마치며 따뜻한 음식의 경우 72시간 이내, 차가운 음식의 경우 48시간 이내 소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최고 72시간에 달하는 보관 시간 동안 얼마나 위생적인 환경에서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식품 위생 관리상 일반 음식 개발 과정보다 한 가지 더 손이 가는 것이 용기 제작이다. 김치를 반찬으로 내놓을 때도 아무 용기에 담아 배식하는 것이 아니라 냄새가 적고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용기를 개발해 내놓아야 한다.
한편 창의적인 기내식 메뉴 개발에 있어서도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노력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대한항공의 비빔밥과 비빔국수, 아시아나 항공의 한식 코스요리와 쌈밥 등은 모두 기내식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내에서 야채의 신선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장거리 비행에서 면이 붇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 등 기내식이라는 제약 조건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단 기술이 개발되고 나면 고스란히 일반 식료품 개발에도 응용이 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해외 여행에 앞서 구입한 경험이 있을 법한 고추장 튜브 역시 비빔밥에 넣을 고추장을 어떻게 나눠줄 것이냐라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햇반 역시 기내식에서 응용된 제품이다. 실온에서 보관해도 상하지 않고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는 밥을 만드는 기술이 일반 식료품에 이용된 것이다.
대한항공 비빔밥·국수, 아시아나 한식·쌈밥등
"기내식 수준 초월" 평가
■치열한 기내식 경쟁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비행기를 타도 기내식이 천편일률적이다. 매번 같은 메뉴만 선보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상 항공사들은 분기별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자국 문화를 담은 독특한 기내식을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 일본항공(JAL)에서 선보이고 있는 정통 일본식 기내식 서비스도 좋은 예다. 일본에 가면 빼놓지 말고 먹어봐야 할 음식이 역에서 파는 도시락인 '에키벤'이다. 최근 일본항공은 에키벤에 착안, 비행기에서 맛볼 수 있는 '하늘 도시락' 소라벤을 내놓았다. 현재 김포-하네다 노선에는 고기나 생선, 채소류를 재료로 만든 덮밥 '타타키고미밥' 등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이밖에 '알밥', '도미덮밥과 오징어덮밥', '장어덮밥과 문어덮밥' 등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처럼 자국 문화를 담은 기내식을 선보여 좋은 평가를 얻는 항공사가 있는가 하면 인천 취항 비행기에서 한국인이 즐겨 찾는 김치나 고추장 등을 앞 다퉈 제공하는 항공사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덕분에 요즘은 웬만한 인천 취항 비행기에서 김치를 맛 볼 수 있다. 대한항공 빼고 거의 모든 항공사들이 기내 김치 서비스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싱가포르 항공 기내식 담당자는 "한국인 탑승객들이 김치를 많이 찾고 외국 탑승객들 역시 김치에 관심을 보여 인천 취항 노선에는 김치를 반드시 구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외항사들이 편의점 꼬마 김치 형태로 서비스를 하며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 냄새를 우려해 전용 용기를 개발, 냄새가 덜 나는 상태로 서비스 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로선 김치 서비스를 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서비스할 계획이 없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기내식 서비스 담당자는 "인천 취항 노선만 김치 서비스를 하는 외항사와 달리 대한항공은 국적 항공사 특성상 거의 모든 노선에서 김치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이 경우 냄새가 기체에 밸 수 있다"며 "배추김치 대신 오이지, 장아찌 등으로 대체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고ㆍ최악의 기내식
최근 해외 여행이 빈번해지면서 항공사 기내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각종 여행잡지, 여행사 등에선 전세계 300여개 항공사가 선보이고 있는 기내식을 평가하고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국내에선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으나 영국의 항공 조사 연구 기관인 스카이트랙스 등의 평가에선 싱가포르항공의 기내식이 돋보인다.
70년대부터 최초로 기내식을 선보인 바 있는 싱가포르 항공은 세계 허브로 일컬어지는 싱가포르 국적항공사 답게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가장 보편적인 입맛에 맞게 내놓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일등석 승객들에게 제공되고 있는 '북더쿡(Book the Cook)' 제도는 30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세계 음식들을 미리 주문해 맛볼 수 있게 하고 있어 인기가 좋다.
이밖에 스카이트랙스가 진행한 같은 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항공사들은 1등석의 경우 걸프항공(GF ), 케세이퍼시픽(CX), 콴타스항공(QF), 대한항공 등이었으며 비즈니스석의 경우 오스트리아 항공(OS), 컨티넨탈 항공(CO) 등이었다.
이에 비해 중국 항공사들은 평가가 떨어지는 편. 요리가 덜 된듯한 돼지고기 요리에 대한 평가가 특히 좋지 않다. 중국 항공에선 주스도 권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 주스에 물을 탄 듯한 맛에 대부분 남기기 일쑤다.
어느 항공사든 유럽, 미주 취항 노선은 전반적으로 식사에 대한 평가가 좋다. 와인이나 맥주 역시 유럽산 위주로 제공돼 만족스러웠다는 반응이 대체적으로 많다. 유럽에 갈 때는 오스트리아 항공이나 스위스 항공을 선호한다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스위스항공은 기내식에 함께 나오는 치즈와 초콜릿을 먹고 감동을 받았다는 이들이 많다. 종류도 여러가지로 승무원에게 미리 말해두면 몇 개 더 챙겨주는 경우도 있다.
국내 취항 항공사들은 컵라면을 비치해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기내 컵라면 서비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뜨거운 물을 사용해서 위험할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이 시키면 너도 나도 주문을 해 수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부 항공에선 돈을 내고 음료를 제공하기도 하므로 주의하자.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을 비롯, 유럽의 저가항공인 라이언에어, 이지젯 등은 와인, 맥주를 주문할 경우 돈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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