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오는 2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 뒤 이르면 연말까지 최종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현행 146일인 국산영화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73일로 축소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우리 영화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영화투자기금’을 통해 최대 수조원 규모의 자금을 간접 지원, 국산영화가 앞으로도 100일 정도는 상영될 수 있게 최신 영화 기자재 등의 인프라를 구축할 방침이다.
정부는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한미 FTA 체결을 위한 스크린쿼터 축소 방안에 대해 이같이 의견을 모으는 한편 27일 문화관광부 장관이 추가 영화진흥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스크린쿼터가 국제통상규범상 인정되는 제도임을 감안해 제도 자체는 유지하되 쿼터 일수는 줄이기로 했다”며 “7월1일부터 스크린쿼터 일수를 73일로 축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산영화 상영일수 축소와 함께 현재 최대 40일까지로 돼 있는 문화관광부 장관 등의 감경 조항도 없애기로 했다.
정부는 FTA 협상과 관련된 대통령 훈령 등에 따라 2월2일 ‘한미 FTA 추진 공청회’를 연 뒤 같은 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갖고 미국과의 FTA 협상 개시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무역ㆍ통상의 전권을 행사하는 미국 의회가 행정부에 위임한 무역협상시한(신속협상권한) 등 미국 측 일정을 감안할 때 최대한 내년 6월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우리나라의 대선 등 복잡한 정치일정이 있기 때문에 이르면 올해 말까지 최종 협상안을 도출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부총리는 “미국과의 FTA 선언과 동시에 인도와도 2월 초 FTA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99% 증가하고 일자리도 10만여개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추정되지만 농산물
관세 감축률 등을 감안하면 국산 농축산업 생산액 감소액이 최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여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방침에 따라 영화인대책위원회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축소 방침을 ‘반문화적 쿠데타’로 규정하는 한편 재경부ㆍ외교통상부ㆍ문화관광부 장관 3인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책위는 또 '대통령과의 면담'과 정부와의 대국민 토론회를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