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투자확대책에는 예상외로 기업 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보호수단으로 재계의 숙원이었던 ‘포이즌 필(Poison Pillㆍ신주인수선택권)’을 도입하는 내용이 깜짝 담겼다.
시장논리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투자활성화 측면에서 일정 부분 기업 소유자에게 유리한 다소 편파적인 ‘기득권’을 인정해서라도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긴 대목이다.
포이즌 필은 적대적 인수세력이 먹으려는 회사의 발행 주식을 매집, 적대적 M&A를 시도하려 할 때 경영권을 방어하는 수단 중 하나다. 공격을 받는 기업이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싸게 신주를 살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를 부여해 물타기를 시도, 인수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M&A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과거 국내에서 SKㆍKT&G 등에 대한 외국계 펀드의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때마다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시장 논리와 맞지 많고 무엇보다도 해외자본이 국내에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서 도입이 미뤄져왔다.
하지만 지금은 정체가 불분명한 해외 사모펀드의 ‘묻지마 투자’보다는 기업들이 금고에 쌓아둔 유보금을 투자로 유도하는 게 시급하기 때문에 ‘포이즌 필’의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회사채 발행요건 완화도 관심을 모은다. 기존 회사 순자산액의 4배였던 회사채 발행한도가 폐지되고 발행형태도 이익배당에 참가하거나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교환 가능한 사채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된다. 또 이사회가 대표이사에게 회사채 발행 위임을 허용해 절차도 간단해졌다.
이밖에 토지 등 부동산이 없는 기업도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지적재산권이나 매출채권 등을 담보목적물로 할 수 있는 포괄적 동산담보제가 도입된다.
구본진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포이즌 필의 경우 당장은 어렵더라도 하반기에 법제화 방안을 논의, 구체적인 도입방안을 만들겠다”며 “방어수단이 세다는 지적도 있지만 우리 실정에 맞게 단계적 도입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자본의 반대 우려에 대해서는 “미국ㆍ일본 등도 도입하고 있고 통상 관련 문제도 없다”며 “현행법상으로는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인 만큼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