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62 이하 66으로 일단 중앙의 백은 상당히 두터워졌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추어졌지요?"(루이 9단) "백이 조금 만회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흑이 많이 앞선 것 같아요"(김성룡 9단) 이때 흑67이 놓였다. 계속해서 순식간에 백72까지의 변화가 이뤄졌다. 백은 빵때림 하나를 얻어냈고 흑은 좌하귀를 접수했다. 필자의 눈에는 아무래도 백이 밑진 거래처럼 보여서 평소에 허물없이 지내는 서봉수 9단에게 물어보았다. "흑이 상당히 이득을 본 장면처럼 보이는데 잘못 본 건가?" "아니. 잘못 본 게 아니야. 흑이 엄청나게 이득을 보았어. 흑이 접수한 좌하귀의 실리는 안팎으로 20집 정도인데 백이 얻어낸 빵때림은 그리 크지 않아. 빵때림은 30집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고작 10집이나 될까. 그 정도야" "그런 밑지는 거래를 천하의 이세돌이 왜 한 걸까?" "천하의 이세돌이니까 한 거야" "그게 무슨 뜻이지?" 서봉수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 필자는 주의깊게 바둑의 진행을 살펴보는 도리밖에 없었다. 나중에야 서봉수가 말한 '이세돌이니까'라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백70은 이세돌류의 승부수였던 것이다. 이 수로 참고도의 백1에 막으면 좌하귀의 영토는 지켜진다. 그러나 흑2 이하 8까지의 수순이 진행되고 보면 어차피 백의 고전이다. 그러므로 이세돌은 좌하귀를 과감히 내주고 후일을 기약하기로 한 것이었다. 좌변의 흑이 아직 미생이다. 흑이 선수지만 한 수로 완생하기도 어렵다. 이세돌은 깊은 수읽기를 해놓고 있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