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의 `해외 현지공장 설립과 합작에 따른 자본이동에 대한 특별협약 요구안'은 조합원 고용보장과 국내 생산물량 유지에서부터 해외공장 운영에 이르기까지 노사합의를 의무화, 광범위하고 강도높은 경영 참여를 요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쌍용차 노조의 요구는 해외공장 설립시 계획단계에서부터 사전에 조합측과 합의할 것도 요구하고 있는 기아차 노조의 입장보다도 한단계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이는 국내외 자동차산업 환경변화에 따른 고용불안과 산업공동화 우려에서 나온것으로, 특히 중국 란싱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박탈로 현재 소강상태에 접어든해외 매각 재추진에 대비한 사전포석 성격이 크다.
해외매각이 피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만 포괄적인 노조의 경영 참여를 안전장치로 마련, 고용보장이 담보되지 않는 일방적인매각 추진은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노조의 고강도 경영참여 요구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될 소지가 있고 회사측은 물론 채권단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만일 이번 요구안이받아들여질 경우 외국기업의 인수 기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경영참여 특별 요구안 왜 나왔나 =
일차적으로는 쌍용차가 현재 중국 후이쭝자동차와 진행하고 있는 CKD(현지조립형 반제품) 생산에 대한 불안감이 깔려있다.
현재로서는 생산차종이 이스타나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저렴한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현지 생산차종이 늘어날 경우 국내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구안 이면을 들여다보면 `주인찾기' 이후의 구조조정과 국내 생산시설해외이전에 따른 산업공동화, 이로 인한 고용불안 우려가 가장 큰 배경이다.
노조측이 이번 요구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법원 공증을 통해 구속력을 강화하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노조 관계자는 "인수 단계에서 고용보장 및 국내 생산 물량 유지를 약속하더라도 끝까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큰 것이 사실"이라며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고용안정과 생산유지는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란싱그룹의 인수 무산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막아야겠다는 뜻도담겨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말 중국 란싱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매각작업을 추진했으나 란싱그룹이 중국 정부의 승인여부 논란과 가격 등의 문제로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매각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수 주체의 여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없이 자금 회수에 치중된 졸속매각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조항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경영참여 어느선까지 요구했나 =
요구안에 따르면 해외공장 설립 및 합작, 아웃소싱, 신차 투입 등에 따른 관련회의 및 이사회 개최시 노조에 사전 통보, 노조대표와 노조 추천 전문가의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노조는 이를 무시했을 경우 향후 투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면 이사진이 모두퇴진하는 `책임경영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또 노사 5명씩으로 구성된 해외경영전략위원회를 설치, 해외투자 사업타당성 여부 조사를 비롯, 투자금액 결정, 해외공장 경영관리 및 일반적 사항 등 경영 제반 사항을 논의 결정할 것을 요구키로 했다.
노조는 독자생존 원칙을 기본적으로는 고수한다는 뜻에서 요구안에 `해외매각'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밝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요구안이 받아들여진다면 채권단의 매각 역시 노조의 동의없이는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노조는 시장 변동에 따른 인위적 고용조정 금지 등 고용보장, 국내 생산.연구시설의 일방적 축소 및 폐쇄 금지, 라인 가동률 80% 이상 확보를 통한 국내 생산물량 보장, 아웃소싱.영업양도.합작시 노사합의 의무화, 연구.개발비 매출의 5%이상유지 등의 `담보'까지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해외공장 우선 폐쇄 원칙, 해외공장 생산 차종 노사 공동 결정, 노조의 해외공장 운영 실태 파악 보장,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현지법인 적용, 현지법인의 노조 결성권 보장 등 매각 절차 마무리후 해외공장의 경영에 대한 관여까지 요구하고 있다.
◆경영참여 가능할까 =
회사가 이같은 광범위한 노조의 경영참여 요구를 수용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여 임단협에서의 난항은 예고된 수순으로 보인다.
쌍용차가 워크아웃 체제하에서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채권단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요구안 수용시 인수 희망업체에게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 매각작업 자체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재계를 중심으로 고개를 들고있다.
매각이 진행중인 타 사업장에도 `도미노 효과'가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팁?상견례 조차 시작되지 않은 단계에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그러나 매각과 관련해서는 회사의 권한이 없는데다 노조의 나머지 경영참여 요구 부분에 대해서도 채권단과의 협의없이 독자적으로 노사와 합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채권단은 매각과정에서 필요하면 노조와 대화를 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매각과정에서의 노사 합의나 노조의 전반적인 경영참여는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