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의 절반가량은 1주에 48시간 이상을 일해 41개국 중 두 번째로 장시간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7일 발표한 ‘전세계의 노동시간’에 따르면 2004∼2005년 통계를 기준으로 비교 가능한 41개국 가운데 한국의 ‘장시간 노동빈도’는 49.5%로 페루(50.9%)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장시간 노동빈도는 전체 근로자 중 1주에 48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의 비율이다.
이어 3∼5위는 에티오피아(41.2%), 마카오(39.1%), 아르메니아(29.9%)가 차지했고 과테말라(28.5%), 아르헨티나(28.4%), 멕시코(26.2%), 이스라엘(25.5%), 뉴질랜드(23.6%) 등이 6~10위를 기록했다. 선진국 가운데는 스위스(19.2%ㆍ16위), 미국(18.1%ㆍ19위), 일본(17.7%ㆍ공동 20위), 프랑스(14.7%ㆍ23위) 등으로 조사됐다.
또 최근 각종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늘 상위권에 드는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각각 5.3%(37위)와 9.7%(31위)로 장시간 노동빈도가 매우 낮으면서도 높은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LO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경쟁력을 노동시간 위주에서 자본집약적 방식이나 작업조직의 개편 등을 통해 확보하는 쪽으로 전환해나가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노동시간 위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국은 국민소득 대비 장시간 노동빈도가 지나치게 높다”면서 “최근 한국의 법정노동시간 단축 정책과 그 결과에 주목하고는 있지만 실제 효과를 감안해 만든 ‘실효노동시간 규제지수’도 세계 평균에 크게 떨어지는 등 한국은 극히 예외적인 사례”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한국의 경우 일반 제조업에서는 연장근로를 통해 소득을 보전하려는 경향이 있고 화이트칼라도 조직문화로 인해 노동시간을 줄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국이 대체로 후진국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ILO는 1주당 48시간 일하는 근로자는 전세계 노동인구의 22%에 달하는 6억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은 단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일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