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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식 엠블렘 대신 'GT'라는 알파벳이 선명한 사제 엠블렘이 부착된 국산차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자동차에서 'GT'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r)를 의미한다. 이태리어로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로도 흔히 불린다. 어떤 특징을 갖는 자동차들을 GT카로 분류하고, 또 일부 브랜드는 차 이름에 GT를 쓰기도 한다.
GT카에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GT'엠블렘이 박힌 국산차를 GT카 라고 얘기하기 힘들다. 그저 '내 차가 GT카 였으면'하는 운전자들의 바램이 담긴 단순한 치장일 뿐이다.
그럼 어떤 차를 GT카라고 할 수 있을까. 위키피디아는 GT카를 '장거리 운전을 목적으로 설계된 고성능의 자동차'로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성능이 뛰어난 어떠한 종류의 자동차도 GT카라고 부를 수 있으나 관례상 대부분 운전석과 조수석 외에 성인이 앉기엔 좁은 플러스 시트(2+2 시트)를 가진 차를 GT카'로 부른다고 설명한다.
정리하자면, GT카는 일단 '고성능'이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짐을 실을 수 있는 트렁크가 있어야 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 서스펜션도 좀 부드러워야 한다.
그럼 얼마나 고성능이어야 할까. 이것도 기준은 없다. 다만 GT카가 레이싱에 투입될 수 있는 수퍼카에서 파생된 것이므로 웬만한 성능으로는 명함 내밀기가 쉽지 않다고 짐작할 뿐이다. 또 GT카를 설명할 때 자주 거론되는 '애스톤 마틴 DB9'(2004년 출시)이 6.0리터 12기통의 엔진을 달고 450마력의 힘을 뿜어내는 차였다는 사실로도 그 성능을 가늠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또 GT카를'대륙 횡단 수준의 장거리 여행'에 적합한 차종이라고도 설명한다. 그렇다면 대륙 횡단이 불가능한 우리나라에 GT는 어울리지 않는 차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안락한 고성능차를 선호하는 운전자들이 국내에도 많고, 이런 수요를 충족시키는 '진짜' GT카 몇 대가 판매중이다.
지난해 6월 국내에 처음 출시된 'BMW 그란 투리스모'는 비즈니스와 레저를 모두 충족시키는 BMW그룹이 새로운 세그먼트로 개발한 자동차.
터보차저 기술과 고정밀 직분사 방식, 가변식 밸브트로닉 시스템을 모두 결합시킨 직렬6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다. 이 차량에 탑재된 3리터 트윈파워 엔진은 5,800rpm에서 최고출력 306마력, 1,200-5,000 rpm에서 최대토크 40.8kg.m로 높은 성능을 자랑하며, 0-100km를 6.3초 만에 돌파하는 등 스포티한 주행 능력을 발휘한다. 가격은 8,310만 원.
페라리는 V8엔진을 장착한 하드톱 컨버터블 '페라리 캘리포니아'를 GT카 범주에 포함시킨다. 일상적인 주행과 스포츠 퍼포먼스 드라이빙 두가지 모두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2인승 뒷좌석이 추가돼 다양한 형태의 사용이 가능한 오리지널 2+ 컨셉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3억4,300만원을 들이면 V8 엔진이 장착돼 매력적인 배기음과 함께 460마력의 힘을 발휘하는 이 차의 소유주가 될 수 있다.
벤틀리가 수퍼카의 성능과 럭셔리 GT카의 안락함을 결합해 만든 쿠페는 이름 자체가 '컨티넨탈 GT'다. 벤틀리는 이 차를 '지구 상에 존재하는 쿠페 중 가장 아름다운 외관과 가장 럭셔리한 실내, 그리고 가장 파워풀한 성능'을 갖춘 모델이라고 자랑한다.
컨티넨탈 GT는 W형 12기통 6.0ℓ 트윈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최대 출력과 최고 토크는 각각 575 마력와 71.4 kg.m로 최대 속도는 318km/h에 달한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6초에 불과하다. 2억8,60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아직 콘셉트카지만 주목 받고 있는 국산 GT카도 있다. 기아차가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GT'다. 이 차는 기아차가 개발한 최초의 후륜구동형 4도어 스포츠 세단. 최고출력 395마력, 최대토크 54.4kg·m의 성능을 내는 6기통 3.3리터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GT'라 불려도 부끄럽지 않는 성능이다.
우아함과 역동성이 돋보이는 외관과 더불어 넓은 내부 공간과 인체공학적인 설계로 최상의 승차감을 제공할 것이라는 설명이 하루 빨리 양산형 모델을 만났으면 하는 조바심을 갖게 만든다. 기아차의 검토가 끝났다면 내년쯤에는 GT 구입을 고민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