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ㆍ31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 지 10일로 꼭 열흘째를 맞는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아직도 ‘관망 중’이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강남권 등의 집값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아직 대대적인 매도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책발표를 전후한 송파 신도시 주변 집값 상승세도 다소 주춤한 가운데 일단 “당분간 집값이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강남ㆍ분당ㆍ용인 일대에서는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가격이 오르고 있어 시장에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매매가 하락 속 일부 전세시장 불안정=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월 첫주의 집값은 서울 전체적으로 보합세를 보인 가운데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권은 전주에 비해 0.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건축 추진단지가 밀집한 강남구는 재건축ㆍ재개발 조합원 분양권도 주택으로 간주하겠다는 정부 후속대책의 영향으로 하락세(-0.2%)가 두드려졌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15평형의 경우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낮은 가격에 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써브명문공인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재건축 입주권도 주택으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후 가격하락 여부를 묻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파구 재건축 아파트도 값이 떨어지고 있다. 송파구 중앙공인의 한 관계자는 “6억~6억7,000만원선이던 가락동 가락시영1차 17평형이 시세보다 호가를 2,000만~3,000만원 낮춘 급매물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세시장은 8ㆍ31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에 영향을 미칠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매수세가 완전히 실종된 가운데 이사철까지 겹쳐 강남ㆍ분당ㆍ용인 지역의 전세가가 몇천만원씩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분당 신도시 S공인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들이 대부분 재계약을 원하는데다 집값안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세수요가 늘고 있다”며 “분당 내 중대형 평형의 전세가가 2,000만~5,000만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토지시장도 ‘꽁꽁’=올 상반기 절정의 인기몰이를 하던 토지시장도 이번 대책으로 완전히 얼어붙은 분위기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실수요자가 아니면 땅을 살 수 없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아니더라도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할 수 없게 되는 등 이번 대책의 강도가 예상보다 높기 때문이다. 토지시장의 매수세는 완전히 끊겼고 일부지역에서는 가격하락이 시작되고 있다.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중개업소들도 ‘개점휴업’ 상태이거나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토지시장에서도 가격하락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개발재료가 뚜렷하지 않은 지방 토지의 경우 공시지가 기준으로 매기던 세금을 실거래가 기준으로 전환하면서 가격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행정도시ㆍ기업도시 등 정부가 발표한 개발예정지역 인근에 무분별하게 땅을 매입했던 투기꾼들도 돈을 고스란히 묶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PB팀장은 “토지 투자는 단기간에 승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장기적으로 보면 세금부담이 심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증여 등의 목적으로 땅을 사는 사람은 여전히 있겠지만 한동안 토지시장은 ‘휴화산’에 들어갔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석 연휴 이후가 분수령=대책 발표 후 열흘째를 맞았음에도 아직 시장에 본격적인 집값 하락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 대책이 먹혀들지 않았다기보다는 아직 시장에 정책이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책의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법제화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리는데다 입법과정에서 어느 정도 대책완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팔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도 “이번 대책은 분명히 부동산 투기자들에게는 큰 악재”라며 “다만 매도시기를 저울질하고 새로운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특히 추석 연휴가 끝나는 이달 말이 정부대책의 파급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시장이 아직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 대책의 강도가 약해서라기보다는 무겁고 하방경직성이 강한 부동산 시장의 특성 때문”이라며 “추석 연휴가 지난 이달 말 이후 매도ㆍ매수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