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의약분업 추진 재정악화 원인국민건강보험의 재정적자규모가 당초 예상치보다 최소 1조~2조원이상 많아 올해에만 적어도 5조~6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올해 5조~6조원, 내년에 7조~8조원이상의 자금이 국민건강보험에 투입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국민건강보험 재정고갈 원인과 대책'이라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적자규모는 의약분업으로 인한 수가 인상 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과소추정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국민건강보험이 올해 3조9,714억원의 적자를 내고 3조525억원의 적립금 부족금이 발생할 것이라는 정부의 발표치보다 최소한 1조~2조원의 추가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혜훈 KDI연구위원은 "정부가 발표한 적자규모는 올 1월 청구자료에 근거한 것이지만 이는 의료기관이 파업으로 인해 진료실적이 낮게 잡히고 수가인상 등 의약분업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이라며 "정부의 발표치보다 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곧 국민건강보험의 적립금이 바닥나는 오는 5월 이후에 자금이 추가 공급되지 않으면 지급불능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하고 올해에만 최소한 5조~6조원의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출이 매년 20%씩 증가하므로 내년에도 최소한 7조~8조원의 자금이 지원돼야 국민건강보험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건강보험의 재정고갈은 의약분업 추진과정에서의 왜곡과 오류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하고 수 개월만에 급여비가 51% 늘고 외래진료비가 71%나 급증하는 등 지출측면에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의료보험통합이 재정악화의 주범이 아니라 의약분업이 재정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보험료 수입은 14.8%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급여비 지출은 50.2%나 증가했다"며 "입원진료비는 9%증가한 반면 외래진료비는 71.8%나 증가하면서 재정악화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목적세 도입과 국고지원 등은 근시안적이고 임기웅변적인 단편정책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의료부문의 왜곡만 초래,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앙등 →보험재정악화 →국민부담 가중'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급여비 지출을 증가시키는 근본요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국고지원이나 목적세 도입으로 재정위기를 모면할 경우 급여비를 지속적으로 증가시켜 국고지원의 지속적인 증액 또는 목적세율의 추가 인상 등 악순환이 반복될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구체적인 대책으로 ▦지불보상체계의 개혁 ▦진찰료와 처방료의 통합 ▦권장약품목록제 도입 ▦자영자의 보험료 부과소득 상한제 폐지 등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지난 1월 상대가치수가제의 도입과정에서 우회적으로 인상된 수가 중 일부 항목에 대한 인상을 철회하고 불필요한 처방으로 인한 의약품 남용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진찰료와 처방료를 통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의약분업이후 증가하고 있는 고가약 처방을 견제하고 진료비의 절감을 위해서 단가 대비 약효과가 우수한 약품들로 구성된 권장약품목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고소득 자영자에게 적용되는 부과소득 상한을 폐지하여 근로자ㆍ자영자간의 형평성 제고와 함께 보험료 수입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용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