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서울 A백화점의 루이비통 매장은 휴일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평소보다 많은 고객으로 북적였다. 이 가운데는 포털사이트 카페에 올라온 글이나 매장 직원으로부터 '루이비통 가격이 오른다'는 소식을 접하고 구매일정을 앞당겨 매장을 찾은 이들이 상당수였다. 오는 5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박지희(32·가명)씨도 예물용으로 마음에 뒀던 가방 가격이 9만원가량 오른다는 매장 직원의 문자를 받고 부랴부랴 백화점을 찾은 경우였다.
25일 '3초백'으로 유명한 루이비통이 에르메스와 프라다·샤넬 등에 이어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루이비통의 이번 결정은 인기와 비인기 품목의 가격을 일부 변경했던 지난해 3월의 가격조정보다 큰 폭으로 이뤄져 국내 소비자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루이비통은 이날을 기점으로 국내 제품 가격을 최대 12.0% 인상했다. 평균 인상률은 7% 정도로 전제품 가격을 동시에 올리는 대규모 판매가 인상은 2012년 이후 2년 만이다. 인기제품인 '페이보릿 MM'은 108만5,000원에서 121만5,000원으로 13만원(12.0%)이나 뛰었다. '네버풀 GM'은 121만5,000원에서 131만원으로 9만5,000원(7.8%), '스피디 40'은 114만원에서 121만원으로 7만원(6.1%) 올랐다. '미란다 커 백'으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카푸신 MM'도 634만원에서 672만원으로 42만원(6.0%)이나 비싸졌다.
루이비통 관계자는 "원자재와 물류비 인상이 가격인상의 큰 요인"이라며 "개별소비세가 추가로 적용된 점도 고려해 가격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3월 인기 제품의 가격을 올리되 상대적으로 판매율이 저조한 제품 가격은 낮추는 '가격 조정'을 실시했다. 다만 이때는 제품 판매가가 평균 7% 가까이 오른 이번 결정과 달리 가격 변동률의 합이 0%에 가까웠다는 것이 브랜드 측 설명이다.
최근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가방 제품에 개별소비세가 적용되면서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현행 세제에 따르면 수입신고 및 출고가격이 200만원을 넘는 고가 가방에는 200만원 초과분의 20%만큼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다시 소비세의 30%만큼 교육세가 더해진다.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명품 브랜드들이 세제변경을 틈타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실제로 에르메스는 1월 제품 가격을 평균 4.6% 올렸으며 프라다와 샤넬·페라가모 등도 지난해 하반기에 일부 제품 값을 최소 5%에서 최대 20%까지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