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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누가 KB를 다시 리딩뱅크로 올려놓을 수 있는 적임자일까.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후보 8명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후보들을 둘러싼 검증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 정치권과 당국이 개입을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가운데 뚜렷하게 앞서 있는 후보를 찾기도 어려워 마지막까지 경합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KB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당초 9명의 후보를 선정했지만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고사하면서 후보군은 최종 8명으로 압축됐다. 추가로 1~2명이 후보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KB 내부 출신이 5명, 외부 출신이 3명인 가운데 어떤 회장이 선임되느냐에 따라 회장과 행장의 겸직 체제 여부 등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겸직 여부에 대해 유력 후보들은 극명하게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경제신문은 8명의 후보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통해 직접 출사표를 들어봤다.
KB사태는 운용상의 문제… 분리체제로 시너지 높여야
●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
이동걸(사진)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은 300조원 자산의 KB 회장은 글로벌 업무를 통해 조직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KB의 회장과 행장을 기존대로 분리하고 지주 체제의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 전 부회장은 "지주 생활을 해본 사람으로서 볼 때 KB 사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용의 문제"라며 "중견 금융그룹은 겸직이 가능하지만 KB 정도의 자산을 갖춘 그룹은 회장이 행장을 같이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주 회장의 역할에 대해서 "회장은 조직의 외연을 넓히고 글로벌 업무를 해야 한다"며 "1금융권과 2금융권을 아우르는 식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국은 '제2의 KB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회장과 행장의 겸직 체제를 바라고 있지만 이 전 부회장은 회장이 행장을 잘 끌어안는다면 분리 체제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당국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회장이 행장을 품에 안으면 얼마든지 제대로 운용할 수 있다"며 "행장은 노조와 직원들이 희망하고 신뢰를 얻고 있는 내부 출신에서 뽑으면 된다"고 말했다.
망가진 조직 안정 위해 당분간 겸직체제 바람직
●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
KB 회장직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황영기(사진) 전 KB지주 회장은 "KB에 가장 필요한 것은 조직 단결과 자존심 회복"이라고 밝혔다. 황 전 회장은 그러나 KB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는 당분간 회장과 행장의 겸직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어지러운 상황인 만큼 회장과 행장이 1~2년 정도 겸임 체제로 가고 조용해진 뒤에 국민과 주택 출신을 경쟁시켜 신망 있는 사람에게 행장을 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주 회장은 계열사 간 업무내용을 꿰뚫고 리더십이 있어야 하며 계열사에 자율권을 주되 감독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차례 KB를 이끌었던 그의 경험이 어지러운 KB 상황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명예회복 등 개인적인 욕심으로 회장직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황 전 회장은 "개인적인 명예는 대법원 판결로 모두 회복했다"며 "망가진 조직을 추스르고 싶다"고 말했다. 황 전 회장은 KB 회장 시절 금융위의 중징계로 물러났지만 지난해 2월 대법원에서 승소해 징계가 취소됐다.
은행산업 격변의 시대 KB도 변화 작업 필요
● 하영구 씨티은행장
하영구(사진) 씨티은행장은 '직업이 은행장'인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은행산업 최고 실력자 중 한 명이다. 공교롭게도 KB와의 인연이 깊다. 10여년 전에도 KB 회장으로 갈 뻔했다. 씨티은행이라는 외국계 은행에서 6연임을 하고 있는 만큼 한국 은행산업에 대해 하 행장만큼 정밀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상반기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한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은행산업의 급속한 정보기술(IT)화를 생각하면 방향성은 맞다는 시각이 많다. 하 행장은 후보로서의 발언을 무척 아꼈다. 하 행장은 "나는 지금 씨티은행의 행장이다. 그런데 다른 조직(KB)의 상황이나 경영전략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산업 전반과 관련해서는 "은행산업이 지금 IT업체의 공습 등으로 격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비단 KB뿐 아니라 모든 금융사들에 변화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심인 회장과 행장의 겸임 여부에 대해서는 "은행을 잘 아는 사람이 회장을 해야 한다. 겸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주·은행 모두 겪어 갈등 조정·통합에 적임
● 윤종규 전 KB지주 부사장
윤종규(사진) 전 KB지주 부사장은 회추위의 심사가 남은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면서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비공식적인 대화에서는 지금의 KB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명쾌하게 짚어나갔다. KB에서 오랜 세월 전략을 담당한 흔적이 배어 나왔다. 윤 전 부사장은 우선 KB에서 주요 요직을 두루 겪어 현재 내부 조직을 이끌 경험과 역량 측면에서는 다른 사람보다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회계법인에서의 경력뿐 아니라 지주와 은행의 경험을 모두 겪었다는 것이다. 윤 전 부사장은 행시에 차석으로 합격했지만 학내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임용되지 못한 채 삼일회계법인에서 부대표를 지낸 뒤 지난 2002년 당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삼고초려로 은행에 몸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윤 전 부사장은 "김 전 행장이 영입을 해서 일부에서 주택 출신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통합 후 합류한 만큼 KB의 채널(국민·주택)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만큼 채널 간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데 적임이라는 뜻이다.
20여년간 기업문화 공부… 행장은 내부출신 맡아야
● 양승우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후보들 중 유일하게 금융업 경력이 없는 양승우(사진)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은 "20여년간 안진회계법인을 키우면서 거버넌스와 기업문화에 대해 공부했다"며 "이 점이 현재 KB 상황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는 KB를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자 비전이다. 그는 금융업 경력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IMF 체제 당시 은행경영평가위원장을 했고 국제적으로 한국인 최초로 세계공인회계사 이사로 참여했다"며 다방면의 경험을 강조했다. 양 회장은 금융지주 회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은행장과의 갈등을 다잡고 국제감각과 비전을 제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이 회장이 될 경우 회장과 행장의 겸직 체제는 힘들 것이라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양 회장은 "행장은 내부 출신이 하는 것이 맞다"면서 "KB의 사이즈와 규모로 볼 때 그런 모형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주사를 관리하는 회장이 행장을 겸임하면 지배할 사람이 스스로 경영을 하는 논리적, 현실적인 모순이 생긴다"며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면 노조의 거부감도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능력되는지 알수없지만 KB·직원 마음은 잘 알아
● 김옥찬 전 국민은행 부행장
김옥찬(사진) 전 국민은행 부행장은 뿌리부터 'KB맨'이다. 행원으로 출발해 재무관리와 경영관리 부행장 등을 모두 거쳤고 행장 직무대행도 했다. 온화한 성품이라 무리를 하지 않는다. 그 때문일까. 김 전 부행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도 회장이 돼서 무엇을 하겠다는 말을 극히 피했다. "내공을 더 쌓아야 한다"며 줄곧 몸을 낮췄다. "후보들 중 본인보다 뛰어난 사람들도 많고 반드시 내가 회장이나 행장을 해야 한다는 마음도 없다"며 시종일관 겸양의 모습을 비쳤다. 그러면서 "회장이든, 행장이든 내가 얼마나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마지막까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KB라는 거대 조직을 발전시키는 데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다고 생각되면 언제라도 후보직을 던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전 행장은 그러나 "KB를 많이 알고 직원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만 말했다. 화합과 갈등 해소에는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김 전 행장은 "KB 직원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결과에 관계없이 KB가 조기에 정상화되도록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 수요자 입장 읽어야… 젊은 나이는 문제 안된다
●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지동현(사진) 전 국민카드 부사장은 "금융 서비스를 공급하던 입장에서 수요자로 입장이 바뀐 삶을 살다 보니 금융도 수요자의 생각을 읽어야 산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 전 부사장은 현재 삼화모터스의 사장으로 있다. 수요자 입장에서 KB의 서비스 역량을 키울 적임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 그는 "수요자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돼야 소비자들로부터 신망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통 KB맨은 아니지만 KB 내부를 잘 알고 있다. 지 전 부사장은 "지주사 전략 부사장, 카드 부사장 등을 거쳤다"며 "일한 경험으로 보면 (후보군 가운데) 김옥찬 전 부행장 다음으로 내가 제일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연구원 출신으로 물러난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과도 각별한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젊은 나이(56세)가 아니냐는 시각에 관해서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장 경험은 충분히 했고 해외 은행들도 40대나 50대에 최고경영자(CEO)를 한다"고 밝혔다. 회장과 행장의 겸직 체제 등과 관련해서는 "분리하는 것이 맞다. 대신 행장은 회장이 임명하도록 하면 된다"고 밝혔다.
업계·당국 두루 거쳐 다양한 경험이 큰 자산
●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기홍(사진)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조세연구원·보험개발원을 거쳐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로 재직했다. 이후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거쳐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시절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다. 금감원에서는 생보사 상장 등 민감한 이슈를 개혁적인 시각에서 접근했다. 다방면의 경험을 거친 것은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하마평에 자주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그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다양한 경험을 거친 것은 사실이고 그런 부분이 장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KB 회장 후보로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했다. 다만 KB사태에 대한 안타까움과 조직에 대한 애정은 드러냈다. 그는 2007년 지주사 설립기획단장을 맡아 그룹 경영체제의 기틀을 짰던 인물이다. 그는 "수석부행장 시절 업무를 총괄했고 국민은행 조직 문화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회장과 행장 체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전 부행장은 "그 문제는 아직 조심스러운 부분"이라며 "최종적으로 4명 안에 들어간다면 그때 입장을 정리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