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먼저 "지난 2년간 우리에게는 큰 변화가 있었다. '글로벌'과 '개혁'의 흐름에 오랜 기간 힘들여 쌓아온 과거의 평판이 외면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2년은 김 총재가 한은에 취임한 후의 기간이다. 그러면서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다. 개혁에 따르는 어쩔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라고 하기에는 제 자신에 대한 자책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퇴임사를 접한 김 총재는 간부회의에서 퇴임식 발언 하나하나를 지적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한다.
'그간의 개혁이 직원과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에는 "모든 개혁조치를 행내에 설치한 태스크포스(TF) 등의 제안과 사전 토의를 거쳐 추진했기 때문에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하는 식이었다.
이런 갈등 탓에 이 전 부총재 퇴임 이후 둘의 관계는 거의 악연 수준으로 나빠졌다.
오비이락일 수 있지만 이 전 부총재 퇴임 이후 특정학교 출신은 주요 보직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이 전 부총재가 퇴임 이후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을 노크했지만 막판에 미끄러졌다. 금융계에서는 이 전 부총재가 이사장에 인선되기 바로 직전 김 총재가 이를 막으면서 무산됐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