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글로벌뱅크로 가자] <2> 전략적인 대형·겸업화를

덩치 키우되 군살빼야 경쟁력 높인다<br>美M&A로 영업등 중복부문 도려내 우량銀 거듭나<br>한국은 효율성 떨어져 '몸집만 커진 공룡' 전락우려<br>보험·증권등 금융권간 장벽제거등 제도개선도 시급



[글로벌뱅크로 가자] 전략적인 대형·겸업화를 덩치 키우되 군살빼야 경쟁력 높인다美M&A로 영업등 중복부문 도려내 우량銀 거듭나한국은 효율성 떨어져 '몸집만 커진 공룡' 전락우려보험·증권등 금융권간 장벽제거등 제도개선도 시급 관련기사 • [글로벌뱅크로 가자] 국민은행 국제금융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미국 금융가에는 90년대에 시작한 인수 및 합병(M&A)이 여전히 계속되며 엎치락뒤치락 순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04년초 미국 은행서열 3위였던 JP 모건이 6위 뱅크원을 인수함으로써 2위로 재탈환, 시티그룹과 막상막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2003년말 JP 모건에 이어 랭킹 3위였던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7위 플릿보스턴 파이낸셜을 인수, 한때 2위로 올라섰으나, 불과 몇 개월 사이에 JP 모건에 2위 자리를 내주었다. 92년에 집권한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30년대초 대공황 때 만들어진 규제 위주의 금융관련 법률을 대거 뜯어고쳤다. 은행의 BIS 자기자본 비율을 강화하고, 주(州) 사이의 은행업무의 경계를 허물었다. 그리고 은행과 증권, 보험업무의 업종간 진입장벽을 해제함으로써 금융 부문을 경쟁체제로 전환하기로 하고 법 개정을 추진했다. 미국의 대대적인 금융산업 규제 완화는 금융업계의 재편을 예고했다. 뉴욕 월가로 대변되는 미국 금융산업은 살기 위해 변화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미국 금융금융기관들은 자구책으로 선택한 방법은 업종간 벽 허물기(겸업화)와 인수 및 합병(M&A)였다. 미국 금융가에 합병 붐이 번져 나가면서 80년대에 일본이 강한 엔화로 세계를 공략할 때 내세웠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표어가 90년대 이후 미국에서 '큰 것이 아름답다'는 구호로 바뀌었다. 91년 케미컬은행과 체이스맨해튼 은행이 합병, 1위로 올라섰고, 이에 2위로 물러난 시티코프가 98년 트래블러스를 합병함으로써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겸해 1위로 다시 올라섰다. 2000년 체이스는 JP모건과 합병했으나, 시티의 덩치를 이겨내지 못한채 2위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미국 은행가의 M&A는 '대형화를 통한 감량화'라는 상반된 논리를 적용하고 있다. 즉 덩치는 키우되 군살을 빼면서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 두 은행이 합쳐지면서 외형을 키우고, 동시에 관리 및 영업등 중복부문을 과감히 도려낸다. 비용절감을 통해 이윤을 증대시키고, 주주들에게 돌아갈 배당을 늘리며,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를 확대한다. 그렇게 되면 고객이 늘게 되고 다시 이윤이 확대되는 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 또 상업 은행과 투자 은행이 합병함으로써 여수신 업무와 증권, 보험, 채권을 망라, 금융산업의 백화점식 경영이 가능해진다. 은행 규모가 커지면 자금 유통이 원활해지고, 국제적 대형 프로젝트 금융을 따기 쉬워 진다. 국제금융가에는 ‘강한자만이 살고, 약한자는 죽는다’는 정글의 논리가 지배한다. 미국은 이 논리를 선도적으로 이끌었고, 한국의 은행산업도 미국 금융가의 빅뱅에서 경쟁력 강화의 방법론을 배워야 한다. 미국 웰스파고 은행 부행장을 역임했던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한국 은행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세계 은행산업의 흐름을 따라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거대 우량은행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 은행산업도 미국처럼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지도에 의해 M&A의 큰 흐름을 형성했다. 은행도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형화와 겸업화(universal banking)를 선택했다. 국민ㆍ우리喧탭?조흥)ㆍ하나 등 국내 은행권의 ‘빅4’로 불리는 금융 기관들이 대형화, 겸업화로 형성된 은행이다. 그러나 선진국 은행들의 합병사례 및 대형화, 겸업화 추세와 비교할 때 부족한 점이 많고, 효율성도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은행권의 금융지주회사제도도 현실적인 제약 요건 때문에 꽃을 피우기에는 미숙하다는 분석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 “국내 은행들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에는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대형화 됐다”며, “과거에 비해 덩치는 커졌지만 국제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대형화, 겸업화는 은행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요소다. 영국계 금융전문 경영컨설팅 업체인 머서 올리버 와이먼의 존 드르지크 사장은 “한국의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대형은행은 3~5개가 적당하다”며 “그 외의 중ㆍ소 규모 은행들은 전문화를 통해 틈새시장을 겨냥해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은敾?대형화, 겸업화에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덕배 박사는 “우리나라 지주회사는 아직 은행 중심의 지주회사이거나 부실기관 정리를 위한 지주회사에 그치고 있다”며 “자산운용업 중심의 동북아 금융허브 구축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겸업화를 통한 대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은행들은 겸업화, 대형화의 토대 마련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동시에 세계 유수의 금융 기관들과 전략적 제휴를 추진, 주요 거점 지역에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전략을 펼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성목 우리은행 부행장은 “이제는 세계적인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세계적인 기업과 동반자가 될 수 있는 은행이 되기 위해서는 은행들의 대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진 금용연구원 연구원은 “현재 세계적인 은행들의 가장 큰 화두는 겸업화, 대형화”라며 “겸업화를 통해 사업부문별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리스크 관리 효과도 높아지는 등 실제 경영성과가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지주사내 적정한 리스크 관리나 효율적 자원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자칫 ‘몸집만 거대한 공룡’으로 전락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우리 금융기관들이 겸업화, 대형화 하는 데는 아직까지 법적인 걸림돌이 가장 높은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현행 법 체계는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금융권역 간 장벽을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겸업화가 이뤄져야 하며 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금융간 장벽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조영훈차장 박태준기자 최인철기자 조영주기자 김정곤기자, 서정명 뉴욕특파원 입력시간 : 2005/07/11 17:40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