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말 잘 듣는 中 은행들

정부 독려에 사상최대 대출… '재테크 활용' 후유증 우려도


경기 부양을 위해 은행 대출을 독려해온 중국 정부가 최근 너무 빠른 속도로 대출이 이뤄지자 후유증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의 중국은행감독위원회(CBRC) 관계자를 인용, "은감위가 은행 대출이 실물 경제와 관련 있는 것인지 가려내기 위해 규제를 가하는 방침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조치는 올들어 급격하게 증가한 은행권 대출이 정부의 목표대로 경기부양 용도로 사용되지 않고 증시나 부동산 투자, 예금 등으로 흘러가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중국 은행들은 8% 성장을 목표로 대출 독려에 나선 중국 정부의 방침에 화끈하게 화답했다. 올해 1분기 은행들의 신규 대출은 4조5,800억 위안(6,400억 달러)로 지난해 신규 대출 규모와 맞먹으며, 같은 기간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3월 한달 동안 전년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한 1조8,900억 위안(2,770억 달러)이 대출돼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은행들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점도 있지만 정부가 금융시스템을 확실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긴급 운전자금을 충원하기 위해 제공한 자금이 재테크 재원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 현재 기업 긴급 운전자금용 대출은 1조4,800억 위안가량으로 전체 대출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WSJ은 전문가 분석을 통해 기업들이 긴급 운전자금을 경영재원으로 활용하기 않고 이를 저축한 뒤 이자를 받고 있으며, 증시와 부동산에도 일부 유입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류밍캉 은감위 주석은 최근 보아오포럼에서 "은행들은 금융위기 해결대책으로 발생하는 후폭풍이 장기적인 과제라고 인식해야 한다"며 "대출 급증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대출 증가에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정부가 앞으로 대출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WSJ은 "대출을 급격하게 죌 경우 최근의 경기 회복 추세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으며 중국 정부 관계자들도 이 같은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더 이상 대출을 독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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