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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7월 23일] 애 낳는 일 게을리 말아야
이현우(논설위원) hulee@sed.co.kr
“신랑 신부는 애 낳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 됩니다. 많이 낳을수록 좋습니다.” 최근 한 혼사에 참석했다 들은 주례사의 한 대목이다. 순간 식장에는 웃음이 터졌다. 생뚱맞게 들린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보다 의미 있고 적절한 주례사가 있을까 싶었다. 출산은 개인의 일이지만 국가적 대사이기도 하다. 주례자는 신랑 신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당부한 것 아닌가.
2100년한국인 '멸종'론도 대두
저출산에 따른 인구문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2005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08명이었다. 여성 1명이 아이 1명만 낳는 것이다. 이후 쌍춘년ㆍ황금돼지해 등으로 반짝 상승했다가 지난해 다시 1.19명으로 떨어졌다.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경제난으로 올해는 더 떨어지고 내년에는 급기야 1.0명 이하로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불황기에는 결혼 연기와 함께 기혼자들도 출산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인구수준을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고 하다. 그런데 절반도 안 되는 출산율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2018년부터는 인구감소가 시작돼 2050년에는 지금보다 641만명 줄어들고 인구 10명 중 4명이 65세 이상 노인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인구감소는 국가적 재앙이다. 의학발전 등으로 수명이 늘어나 인구감소가 늦어진다 해도 마찬가지다. 고령사회가 되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진다. 힘있는 노동력이 부족하고 노동생산성도 떨어지며 소비와 투자도 줄어든다. 당연히 경제성장은 멈추거나 뒷걸음질친다. 건강보험ㆍ국민연금 등 복지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 7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데 2050년에는 1명이 1명을 부양해야 할 판이다. 재정은 파탄 나고 부양부담으로 세대 간 갈등과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한국인이 ‘멸종’될 것이라는 더 끔찍한 시나리오도 있다.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2100년에는 인구가 지금의 3분의1로, 2200년에는 140만명으로 줄고 끝내는 한국인의 명맥이 끊기게 된다는 게 외국 인구전문가의 경고다. 설마 그렇게까지 되랴 하고 넘길 일이 아니다.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아이를 잘 키우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늘어나고 있지만 출산과 육아환경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가사를 여성에게만 맡기는 풍토, 직장 내 성차별 등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가 힘든 것이다. 그게 해결돼도 교육비가 앞을 가로막는다. 우리의 교육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하며 본받자고 할 정도다. 나는 못 배웠어도 자식만은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게 우리네 부모들의 정서다. 내 아이만 처지게 할 수 없으니 모두가 사교육에 매달린다. 그런데 그 부담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러니 정부ㆍ지방자치단체가 출산전검사비, 출산장려금, 육아휴직제, 소득공제ㆍ국민연금ㆍ주택청약 혜택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아도 출산율이 좀체 올라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각계각층이 육아환경 힘보태야
문제해결의 가장 큰 몫은 당연히 정부가 맡아야 하겠지만 막대한 재원소요 등을 감안할 때 한계가 있는 만큼 각계각층이 힘을 보태야 한다. 특히 기업의 사내 보육시설, 성차별 해소 등 육아환경 조성 노력이 중요하다. 소비자 없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는 비용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접근할 일이다. 정부는 건축법상의 건폐율ㆍ용적률 혜택과 세제지원 등으로 기업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교육계는 공교육의 질 향상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종교계ㆍ시민단체 등의 생명존중 및 출산장려 캠페인도 필요하다. 출산독려 주례사도 그런 일 중의 하나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