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후반부는 아나운서를 꿈꾸는 후배들이 기댈 큰 언덕을 만드는 일에 쓰여져야 한다는 작은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는 ‘사회의 교사’라는 선배 아나운서들의 철학을 깊이 새기면서 후학을 키워냈고 변함없는 자세로 정진할 것입니다.” 서울 신촌역 4거리에 자리잡은 ㈜봄온아나운서아카데미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국내 대표적인 아나운서 양성기관 중 하나다. 지난 2003년 8월 첫 문을 연 뒤 4년 남짓한 기간 동안 모두 800여명의 아나운서를 배출했고 이중 30여명이 공채경쟁률이 500대1을 웃돈다는 KBS와 MBCㆍSBS 등 지상파방송 3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24일 정작 이곳에서 만난 성연미(45) 대표이사의 표정과 말투는 밝지만은 않았다. 그는 “최근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과 사설 아카데미를 바라보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아무리 곱씹어봐도 동의해주기가 어렵다”고 했다. “아나운서들의 삶은 외부에 드러나듯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고 소박하거든요. 스스로 절제하고 바른 생각과 생활을 견지하지 못하면 좋은 방송이 안되고 그래서 태생적으로 사회모범생일 수밖에 없거든요. 요즘 세간의 평가는 좀 지나친 거죠.” 그의 말이 가슴을 치는 것은 개인적인 이력과도 연결된다. 86년 KBS 아나운서 공채 12기로 방송사에 첫발을 디딘 뒤 중간에 불교방송으로 옮겼지만 총 10년간 방송물을 먹었다. 81학번으로 국어교육학을 전공했고 4년 꼬박 대학방송국 아나운서로 활약하며 꿈을 키워온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26년간이다. 그런 세월을 봄온아나운서아카데미에 녹였다고 했다. “아나운서 시험만 40~50번 정도 낙방했다”는 도전기를 밝혀 화제를 모았던 박지윤 KBS, MC 유재석과 결혼얘기가 나오는 나경은 MBC 아나운서 등이 모두 이곳에서 배출된 인재다. 93년 KBS 방송아카데미가 문을 연 뒤 방송사, 대학, 전직 아나운서 등이 잇따라 아나운서 양성기관을 설립해왔지만 정작 현재 아나운서 양성기관 빅3는 각각 전직 아나운서 출신이 운영 중인 아카데미들이고 봄온은 바로 그 빅3 중 하나다. 그는 ‘아나운서 사관학교’라는 닉네임에는 만족해 했다. “방송진행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사실 하나를 큰 뒷심으로 알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사실 그 자신이 그렇게 쉬운 길만을 걸어온 것은 아니다. 졸업 첫해 방송사 공채에 낙방한 뒤 꿈을 접고 6개월간 교사로 외도했고 재수를 통해 어렵게 방송국에 들어갔다. 그가 말하는 ‘히딩크론(論)’의 첫 출발점이다. 정작 화려한 선수생활을 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방송사 공채에 붙고 나서 9시 뉴스 진행자도 되고 싶었고 정말 하고 싶은 게 많았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결국 순리대로 살아야 된다는 걸 알았죠. 지금 후배들에게 해주는 말들이 그때 쌓아왔던 내공들이라고나 할까요.” 에둘러 말했지만 ‘아나운서 성연미’는 그리 유명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성 대표는 “한 부모의 딸, 한 남자의 아내, 두 아들의 어머니, 제자를 키우는 스승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말로 봄온의 미래를 압축했다. 성 대표는 아나운서의 상업화에 대해서는 “정확히 말하면 아나운서의 상업화가 아니라 지상파방송은 물론 지역방송ㆍ케이블방송ㆍ위성방송ㆍDMBㆍIPTV 등 방송시장 경쟁의 격화가 준 결과물”이라고 표현했다. “시청률과 연예인 출연료 사이에서 찾아낸 일시적인 타협점일 뿐 ‘공익자’라는 아나운서 본연의 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는 것이다. 성 대표는 “KBS인이라는 자부심 속에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로 남고 싶다”는 말도 했다. 아나운서를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하자 “대부분 수강생이 대학 2년생”이라며 “일찍 시작할수록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