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8월 27일] 나로호, 우리의 저력을 믿자

SetSectionName(); [목요일 아침에/8월 27일] 나로호, 우리의 저력을 믿자 이현우(논설위원) hulee@sed.co.kr 아쉽다. 나로호가 발사에는 성공했으나 과학기술위성2호를 목표궤도에 올리지 못했다. 환호는 한숨으로 변했고 종적이 사라진 위성과 함께 우주를 향한 우리의 꿈도, 세계 10번째 스페이스클럽 가입도 미뤄졌다. 그러나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좌절은 더욱 안 될 일이다. 그렇게 쉽게 단번에 성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어느 나라인들 못하겠는가. 실패를 자위하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다. 일본 로켓의 개척자인 고다이 도미후미 박사의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우주개발을 한 나라치고 실패를 겪어보지 않은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런 때일수록 국가원수와 국민이 격려해줘야 한다." 고통과 실패 없이 이룬 성공 있을까 그렇다. 이 세상에 위대하고 찬란한 성공치고 고통과 실패 없이 이뤄진 게 어디 있는가. 멀리 갈 것 없이 우리 반도체ㆍ조선ㆍ자동차ㆍ철강 등 주력산업을 보자. 지금 이들 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으로 글로벌 톱의 자리에 올랐거나 메이저 플레이어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단숨에 거저 이뤄진 게 아니다. 수 없는 도전, 설움과 시련 끝에 얻은 것이다. 반도체는 일본의 비웃음 속에서 시작했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정하자 일본 업체들은 "삼성이 망하기로 작정한 모양"이라고 비아냥거렸고 생산을 시작했을 때는 일본의 견제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후발주자인 삼성이 제품을 개발해 내놓을 때쯤이면 일본 업체들은 해당 제품의 가격을 대폭 내려 골탕을 먹였다. 그리고 다음 세대 반도체를 내놓고 앞서갔다. 삼성은 이를 악물었다. 우수한 인재를 끌어 모으고 연구개발에 사력을 다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삼성이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제휴관계였던 일본 미쓰비시로부터 설움을 톡톡히 겪었다. 업무협의를 위해 현대차 회장이 방문을 하면 미쓰비시는 중역이 상대로 나왔고 사장이 가면 부장 정도가 나왔다. 이런 푸대접 속에서 현대차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 독자모델과 독자엔진을 개발해냈고 지금 세계 자동차 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했다. 조선은 또 어떤가. 전체적으로도 1위이지만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심해 원유ㆍ가스 시추설비선인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선은 우리 업체들의 독무대다. LNG선의 경우 지난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조선소들의 핵심기술 수준은 거의 백지상태였다. 프랑스 업체 등과 제휴해 기술인력을 보냈으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연구실에서 연필 깎는 일부터 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면서 어깨너머로, 때로는 술자리를 만들어 귀동냥하듯 기술을 익혔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굴하지 않은 노력 끝에 세계 최강으로 올라선 것이다. 기술자립에 박차 가해야 나로호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완벽하게 성공했으면 좋았겠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절반의 성공도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절반의 성공은 사기와 자신감을, 절반의 실패는 교훈을 얻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로호 실패 원인을 면밀히 규명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로호 발사가 몇 차례 미뤄지는 과정에서 러시아와의 불평등계약, 기술종속 문제 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게 사실이라 해도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여겨진다. 아직은 우리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로호의 실패는 기술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시켜준다. 기술자립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예산 확대와 국민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우주로 가는 우리의 여정은 앞으로도 험난하겠지만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에게는 스스로 생각하는 것 이상의 저력이 있다. 우리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는 주력산업이 불모상태에서 오늘의 눈부신 도약을 이룬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우주개발이라고 못해낼 게 없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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