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경제 온기도는 아일랜드·스페인… 유럽 부동산시장 기지개 켠다

아일랜드 1분기 부동산가격 전년동기 대비 16.8% 뛰어

스페인 4% 올라 7년래 최고… 獨·오스트리아 회복세 탄탄

저금리·고용시장 개선 영향

당분간 상승세 지속 전망에 시장과열로 거품붕괴 우려도



유럽의 부동산 시장이 수 년 간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하면서 경제가 흔들린 아일랜드와 스페인에서 가파른 회복세가 눈에 띈다. 유럽 부동산 가격이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시장 과열로 인한 거품 붕괴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는 보고서를 통해 "한동안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주택 부동산 시장이 고비를 넘기고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로 폭락한 후 2010~2011년 회복하는 듯했던 유럽의 부동산 가격은 2012~2013년 다시 하락하면서 등락을 반복해왔다.

ECB에 따르면 올 1·4분기 유로존의 부동산 가격은 전년대비 1.1% 상승했다. 특히 상승을 이끈 것은 아일랜드와 스페인이다. 아일랜드는 같은 기간 부동산 가격이 전년대비 16.8% 뛰었으며 경제도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며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던 아일랜드는 공무원 임금 삭감 등 강도 높은 긴축 정책으로 2013년 말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 이후 경제회복을 위해 외국 기업과 우수 인재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성장 가도에 오른 아일랜드는 지난해 4.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유로존 평균치인 0.9%의 다섯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스페인 부동산 가격도 7년래 가장 큰 폭인 전년대비 4%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대비 4.9% 올랐다. 국내총생산(GDP)이 지난 2·4분기에 전년동기대비 3.1%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제도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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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오스트리아와 독일도 2007년 9월부터 2013년 말까지 견고한 회복세를 보이며 부동산 가격이 각각 36%와 16%씩 올랐다. 부동산 가격이 아직까지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 등 일부 국가들이다.

ECB는 유로존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저금리와 개선된 고용 시장 덕분에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택 담보 대출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 리스크에 대한 우려는 없으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자신뢰지수를 높이고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현재 유럽 부동산 시장은 유럽 주식과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다. MSCI에 따르면 유럽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임대 수입 및 자본 차익을 포함한 총 수익률이 지난 2·4분기 4.45%를 기록해 6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는 같은 기간 스톡스유럽 600지수와 유럽 투자등급 채권이 각각 2.5%와 2.8%의 손실을 낸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 프랭크는 올해 말까지 투자가 계속 늘어나 유럽 부동산 투자 규모가 전년대비 20% 상승한 2,300억 유로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나이트프랭크의 앤드류 심은 "유럽 부동산 시장이 2007년 기록했던 고점을 곧 찍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을 필두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원하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격을 띄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고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이 꺼질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매달 600억유로를 풀어 유로존 국채 등을 매입하는 ECB의 양적완화 정책이 일부 유럽 국가의 부동산 거품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CB의 통화정책이 유럽 전체 금리를 낮게 유지해 이미 오르고 있던 주택 가격의 상승세를 더욱 부추겨 과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르웨이는 무디스가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지적한 국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12년에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을 이유로 노르웨이의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하향 조정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아일랜드에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지 말고 미래의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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