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이 더욱 가관이다. 현 부총리는 논란이 커지자 "금융소비자의 96%가 정보제공 동의서를 잘 파악하지 않는 관행을 지적한 것으로 앞으로 더 신중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카드 발급이나 관련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것인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거의 없는데 "네가 사인했으니 책임지라"는 게 과연 온당한 처사인지 되묻고 싶다.
백번 양보해 고객이 동의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다고 치자. 이번 사태는 카드사에서 손쉽게 개인정보를 빼낼 수 있도록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금융소비자가 책임져야 할 대목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잘못이 있다면 금융회사에서, 일반기업에서 허구한날 신상·금융정보를 털렸어도 이번에는 고객정보를 소중히 관리하고 감독할 거라고 순진하게 믿은 것뿐이다. 불과 5개월 전 금융회사 개인정보 관리가 '대체로 양호'하다고 했던 금융당국의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부총리가 이런 인식을 가졌으니 정말 큰 일이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을 탓한다면 누가 정부를 믿겠는가. 케케묵은 대책을 다시 꺼내 들거나 전 금융회사 긴급 보안점검 같은 반짝 전시행정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시급한 건 부총리와 정부의 구멍 난 보안의식을 완전히 뜯어고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