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소비량은 세계 4위인데 정작 세계에 내놓을 만한 술은 없는 게 현실입니다. 작품이라고 부를 만한 우리 술을 꼭 개발하겠습니다.” 농촌진흥청 농산물가공이용과의 김태영(사진) 연구관은 매일 ‘술독에 빠져 사는’(?) 공무원이다. 업무 시간에 잔이 철철 넘칠 정도로 술을 따르고 맛까지 음미한다. ‘알코올 중독자’로 오해하기 십상이지만 사실 그는 우리 전통주의 복원과 재창조라는 ‘중책’을 담당한 연구원이다. 경기도 수원에 지난 6월 개관한 양조식품연구동은 이런 목표를 실현시킬 발판이다. 국내 주류시장의 개방 확대에 따른 전통주의 양조기술 기반 확립을 목적으로 다양한 발효, 증류 시설을 갖춘 연구시설이다. 양조식품연구동에서는 술을 만들수 있는 유용 미생물을 수집, 분류, 보존하고 주종별 전문균주를 확보해 우리만의 전문 양조 누룩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22년째 농진청에서 근무해 온 김 연구관은 이미 몇 개의 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미를 이용해 집에서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쌀 와인 제조법을 99년 내놨고 2001년엔 색은 와인이지만 먹어보면 막걸리인 ‘쌀 막걸리’를 개발했다. 최근엔 쌀 위스키까지 개발했다. “지금까지 개발한 술은 쌀 소비 촉진을 위한 방편이었지 술 자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추진하는 연구는 아니었습니다. 프랑스의 와인, 러시아의 보드카, 중국의 고량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우리만의 대표 술 개발이 최종 목표입니다.” 평생을 술과 함께 살아온 김 연구관의 주량은 소주 2병. “과음하지 않는다면 술은 백약의 으뜸”이라고 술 예찬론을 펴는 그는 “음식과 함께 즐기는 반주 문화에 어울리는 명품 술을 지역마다 하나 둘씩은 갖게 하는 것이 매일 새로운 술을 마시며 꾸는 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