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가 신분을 위조하고, 국내에 다시 들어와 다른 남자와 `행복한' 재혼생활을 하던 30대 중국동포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 지린(吉林)성 출신인 황모(36ㆍ여)씨의 삶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1995년한국인 사업가 김모(44)씨와 결혼하면서부터.
중국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건실한 사업가로 보였던 남편이 한국에서는 완전히 딴 사람처럼 행동했다.
국내에 취직을 시켜주겠다고 초청한 다른 중국동포들의 돈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가로챘을 뿐 아니라 황씨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등 본색을 드러냈다.
황씨는 4년간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결국 가출했고, 서울의 한 주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중 중국동포인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던 이모(41)씨를만나 재혼을 생각했고, 다시 한번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남편 김씨는 `이혼만은 절대 안된다'며 황씨가 가는 곳마다 집요하게 쫓아다녔고, 황씨는 남편을 따돌리려고 고민 끝에 신분을 바꿔 다른 사람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황씨는 2001년 12월 말 이씨와 중국 지린성 성도인 창춘(長春)으로 건너가 현지브로커를 통해 다른 중국동포 A씨의 신분증을 150만원에 샀다.
황씨는 이후 A씨의 이름으로 중국여권을 만든 뒤 재입국해 중국 동포 A씨로 행세하며 이씨와 혼인신고까지 했다. 황씨의 본래 신원은 서류상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실종된 것으로 처리됐다.
그러나 결국 A씨의 이름으로 3여년을 살던 황씨는 새 주민등록증을 교부받으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19일 신분을 사칭한 혐의(사문서위조 및 동 행사 등) 혐의로 황씨를 구속하고, 이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황씨는 경찰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이씨와 새출발을 하고 싶던 차에 중국에서 쉽게 남의 신분증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결국 잘못된 방법을 택하고 말았다"고 후회했다.
이씨도 "황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며, 차라리 내가 죄인이니 자신을 처벌해달라"며 황씨의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