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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대박난 시장
온누리상품권 덕에 매출 30% 쑥쑥[아이디어 반짝 장터가 활짝] 시장-소비자 잇는 상품권 구리전통시장4년 만에 거래액 100배 늘어 10억어치 유통편리한 환전·할인혜택 앞세운 홍보 전략 주효
구리=최용순기자 senys@sed.co.kr
구리전통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고구려 무사 등으로 변장한 상인들의 흥겨운 이벤트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구리전통시장 상인회
소비자들의 쇼핑 스타일 변화와 대형마트,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진출로 재래시장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전통시장들은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비롯 시장투어, 정부 비축물 공급, 특가 판매 등 다양한 노력을 펼쳐 '장터의 부활'을 이끌어 내고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로 활기를 되찾고 있는 전통시장 4곳을 찾아 성공 노하우를 알아본다./편집자주
지난 21일 찾은 구리시 수택동 일대 구리전통시장. 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찬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주부들로 이 곳은 활기가 돌았다.
형형색색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먹음직스럽게 놓여있는 '아씨반찬'에서는 마침 값을 깎으려는 주부와 한푼 이라도 더 받으려는 가게 주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참을 흥정하던 그녀는"좀 잘해줘요"라며 지갑에서 만원짜리 온누리상품권 두 장을 꺼내 들었다.
"2009년 처음 상품권을 도입했을 때만 해도 쓰는 손님이 거의 없었습니다. 상인들도 낯설어 하며 받기 싫어했죠. 그런데 지금은 상인들이 상품권이 덜 들어오면 홍보 좀 더하라고 닦달할 정도입니다"
상인회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박홍기 상인회장은 껄껄 웃으며 상품권 사용에 대한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상품권 도입 첫해 총 거래금액이 900만원이었는데 올해는 10억원을 넘었다"며 "4년 만에 100배 넘게 늘어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이곳 시장의 상품권 거래규모는 2009년 900만원, 2010년 1억3,000만원, 2011년 6억원, 2012년 11월 현재 1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렇게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자 구리시장은 올 중소기업청이 주최하고 시장경영진흥원이 주관하는 온누리상품권 우수사례에 선정되는 영광까지 안았다.
이 같은 성과를 낸 데는 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두 팔 걷고 홍보에 나선 구리시장 상인들의아이디어와 노력이 큰 힘이 됐다. 상품권 안내 표지판을 곳곳에 설치하고 시장 캐릭터인 '석등이'를 동원해 사용시 장점 등을 적극 설파한 것. 이에더해 정기적인 상품권 수수료 수입·지출 보고를 통해 상인들에게 믿음을 심어줬다. 상인회에서는 환전을 바로 해 줘 은행까지 찾아가는 번거로움도 없앴다.
박 회장은 "상품권으로 구매하면 3% 할인 혜택이 있다는 것을 알뜰한 손님들에게 적극 홍보했다"며 "상품권이 활성화 된 후 시장 전체매출이 20~30%나 늘고 손님들 문의전화가 쏟아져 시장이 더 유명해졌다"고 흡족해 했다.
아울러 그는 2009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시장을 방문해 상품권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며 고마워했다. 박 회장은 "당시 대통령이 직접 상품권을 사용하니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좋아져 이를 계기로 판도가 확 바뀌게 됐다"고 회상했다.
중기청과 시장경영진흥원도 아낌없는 지원으로 전통시장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중기청은 상품권 판촉과 홍보 강화를 위해 콜센터를 운영하고 가맹점스티커, 전단지 제작 등에 비용을 대고 있다. 또 상품권 발행 및 판매·회수 관련 수수료 전액을 지원한다.
이에 따라 상품권 가맹 시장은 2009년 전국 739곳에서 올 1,198곳으로 늘었다. 발행액도 2009년 200억원에서 올 11월 현재 4,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전자상품권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부는 아케이드ㆍ주차장 설치 등 시설 현대화, 상인 의식 개선을 위한 상인대학 운영 등으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구리전통시장은 앞으로 구리시 뿐 만 아니라 경기 북부의 대표 시장으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추진 중이다. 박 회장은 "구리시장은 입지가 좋고 상인들의 노력과 정부 지원 등으로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며 "족발, 곱창 등 다양한 먹거리와 젊음의 거리 등 경쟁력도 갖춰 더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상품권 할인이 올 9월부터 없어져 아쉽다"며 "경제가 어려운 만큼 알뜰 소비자에게 도움을 주고 상인들도 혜택을 받도록 할인을 꼭 부활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박 회장은 대형마트와 SSM의 무차별적 진출과 영업시간 확대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계속 늘어나는 대형마트를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며 "골목상권 다 뺐지 말고 대형마트는 해외로 나가고, 정부에서도 주말 영업제한 등 규제에 나서달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