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계단`에는 3,000여 명이 참가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송지효 박한별 조안 박지연 등 어린 여배우와 여성 윤재연(32) 감독, 네 명의 신세대 여성 시나리오 작가가 참여했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여성이 감독하기는 이번이 처음. 따라서 영화에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학교 생활과 우정에 관한 소소한 코드들이 적절히 살아있다. 카메라 앵글도 소녀를 여성과 어린이의 중간쯤으로 바라보는 남성 감독들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아울러 전원이 30대 이하인 시나리오 작가 중에는 갓 스물을 넘긴 이도 포함돼 있다.
“`여우계단`은 사실 은유가 풍성한 영화입니다. 친한 친구끼리도 경쟁자가 될 수 밖에 없는 교육 현실, 어른들의 욕망에 의해 삶이 결정돼야 하는 십대의 답답함 등에 대해 관객과 `대화`해 보고자 했습니다.”(윤재연 감독)
예고 출신인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에서 감수성과 점잖음이 살아있는 `공포`를 만들어 냈다. 1,2 편과는 달리 피가 난무하지도 않고 선생님의 존재도 희미하며 처음 30여분간은 본격적인 공포신이 등장하지 않는다. 보여줄 것은 이미 다 보여줬을 법한 제작진의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신인답지 않게 탄탄한 연기력을 보여준 배우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이중 송지효(윤진성 역)와 박한별(김소희 역)은 모두 이번 작품이 첫 연기 데뷔작. 두 배우는 각각 “재미있었어요? 어디가 제일 무서웠어요?”라며 기자들에게 먼저 질문을 던지는 등 신세대다운 당당함과 당찬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