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기 침체되자 "지역업체 보호" 확산

■ 공정위, 기초지자체 조례 손본다<br>외지건설업체에 하도급 비율 70%이상 권장<br>기계분야 타지업체엔 아예 입찰 기회도 안줘<br>대상 수 230곳 넘고 정부 입김 덜미쳐 개선 쉽잖을듯


건설업체 D사는 지난해 기초지방자치단체인 C시에서 아파트를 짓기 위해 인허가를 신청했다. 서류를 접수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C시로부터 한 장의 공문서가 전달됐다. 행정지침 형태로 내려온 공문에는 ‘지역건설업 활성화 조례’에 의거, 아파트 건설시 지역업체와 공동도급 비율을 49% 이상, 하도급 비율을 70% 이상 권고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말이 권고지 시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는 불이익을 당할 게 뻔했다. D사의 한 관계자는 “권고 형태이고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 뻔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을 수 없지 않냐”며 “이곳 외에도 수많은 기초지자체가 주택ㆍ도로 건설시 행정지침 등으로 공정경쟁을 제한하고 있다”고 현 실정을 전했다. ◇지방경기 침체, 확산되는 지역보호=C시의 암묵적인 지방업체 보호 시스템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기초지자체는 외지 건설업체에 대해 지역업체에서 생산한 건설자재를 70% 이상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이 역시 말만 권장이다. 이 시는 건설업체와 간담회를 분기별로 갖는가 하면 아예 착공 신고시 자재구매 등 세부내역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는 상태다. 자연스럽게 이를 이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기도 소재 기계업체인 H사는 다른 지방에 진출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방 입찰에 참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입찰시 해당 지역에 근거를 둔 회사만 사실상 기회를 주고 있어 여러모로 불이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옥외광고물 안전도 검사 업체인 B사는 지방에 진출하고 싶어도 여러 기초지자체에서 위탁기관을 지역 내 사업소로 한정, 영역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공영주차장의 경우 관리 위탁시 시립 법인과의 수의계약을 명문화한 곳도 적지않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히 기초지자체의 경우 조례에는 현행법에서 허용하는 수준에서 거론하고, 규칙ㆍ행정지침 등을 통해 지역 내 업체ㆍ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경쟁을 제한하는 기초지자체 행위를 제대로 파악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지방자치법학회의 한 관계자는 “지역경기가 침체되면서 로컬 보호의식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현 실정을 전했다. ◇공정위, 지자체 조례개선 잘될까=공정위는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조례ㆍ규칙 등을 대상으로 공정경쟁을 제한하는 항목에 대한 연구용역을 끝냈다. 현재 이를 바탕으로 광역자치단체의 불공정 조항에 대한 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시장 진입 등 여러 분야에서 개선항목을 찾아냈다”며 “환불금지, 입찰시 지역업체 한정 등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초지자체의 경우 광역과 달리 대상 수가 230곳이 넘는데다 중앙정부의 입김이 덜 미쳐 제도 개선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지역업체 보호를 행정지침 등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초지자제 규제 전봇대를 뽑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공정위는 청와대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통한 제도 개선 등 강력한 방안도 고려 중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기초지자체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경쟁제한 항목을 찾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연구용역뿐 아니라 협회나 업체를 대상으로 기초지자체에서 사업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공정 요인도 함께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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