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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가 '일상생활을 정상화해달라'는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종식을 선언했지만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표출된 국가의 위기관리 대응능력 부재 등 그동안 적나라하게 노출된 문제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황 총리도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범정부 대책회의'에서 "메르스 초기에 확실히 대응하지 못한 점 등 대처 과정의 문제점과 원인을 철저히 밝혀 그에 따른 조치도 뒤따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으로 사태가 커졌다는 점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보건당국의 초동대처는 부실하기 그지없었다. 우선 첫 환자(68)의 확진판정이 늦어도 너무 늦게 나왔다. 지난 5월11일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첫 환자는 같은 달 20일이 돼서야 확진판정을 받았다. 9일이나 소요됐다. 이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면서 한자릿수에 머무를 수 있었던 감염자 수는 두자릿수로 늘어났다. 이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사람만 관리대상자 리스트에 포함시킨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결국 평택성모병원에서 3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왔고 이 환자들을 통해 총 186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신종 감염병 전문 인력을 영입하거나 양성해 이들이 위기상황 발생 시 일선 현장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가 총력 대응에 나선 시점도 늦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즉각대응팀(TF)'을 구성해 병원 폐쇄명령권 등 메르스 대응에 관한 사실상의 전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발표일 기준으로 확진자 수가 95명에 달했고 사망자도 7명이나 발생한 뒤였다. 첫 환자가 발생한 날짜를 기점으로는 20일이 지나서야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 체제가 구성된 셈이다. 메르스 유행과 같은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적으로 컨트롤타워가 구성되고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이 같은 맥락에서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감염병 유입단계부터 선제적인 차단, 상시 감시체계 구축, 병원감염 예방·관리 및 현장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 등 국가방역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복지부 복수차관제 도입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위 격상 등도 검토하고 있다.
다인실이 많은 병실 환경과 병문안 등 병원문화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이 전국적으로 80명 이상의 환자를 발생시킨 것도 결국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 탓이 크다. 권덕철 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후속관리계획 발표에서 "단기적으로 병원 응급실, 병실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것을 계도 차원에서 막아야 하고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제일 어려운 부분은 대형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것을 막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지역에 있는 대학병원과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의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시민의식도 요구된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아무리 방역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도 국민들이 협조를 잘 해주지 않으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며 "검역설문지에 정확한 정보를 기입하는 등 기본적인 사안을 지켜야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이나 국가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