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충당금 적립기준이 강화되면서 지난해 4ㆍ4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대폭 밑돌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다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촉매도 없는 만큼 당분간은 주가 흐름이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9일 은행업종지수는 지난해 12월27일 이후 7거래일 연속 하락행진을 이어오다 모처럼 상승했지만 기술적 반등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4ㆍ4분기 실적악화 예상=최근 은행업종에 대한 증권사들의 이익전망 하향 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삼성증권은 분석대상으로 삼고 있는 7개 주요 은행의 4ㆍ4분기 순이익 전망치 총액을 기존의 1조9,078억원보다 30.1% 낮은 1조3,342억원으로 낮췄다. 개별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조정폭이 가장 컸다. 당초 6,157억원의 순이익을 예상했으나 57.9%나 대폭 낮춰 2,594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은행과 부산은행의 순이익 전망치도 각각 45%, 40% 낮췄다. 유재성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충당금 최소 적립기준을 강화한데다 팬택 계열의 워크아웃 실시로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 은행들의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도 충당금 제도변경 등을 반영해 은행주에 대한 4ㆍ4분기 순이익 추정치를 당초 예상보다 51.4% 하향 조정했다. 다만 순이자마진이나 연체비율 등은 전 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주가 모멘텀은 없을 듯=최근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은행업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백동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고 가계대출 및 중소기업대출 부실화 우려감이 남아 있어 주가 상승을 제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순이자마진이 저점에 다다르고 있고 4ㆍ4분기 대규모 충당금 적립으로 미래 손실에 대한 내성이 강화되는 등 긍정적 변화도 진행 중이므로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최선호주로는 장기적으로 인수합병(M&A)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은 우리금융을 꼽았다. 유 센터장도 “단기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관련 정책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고 이익 모멘텀이 약화됐으며 단기적인 주가 상승 촉매가 없기 때문에 투자심리가 약화되면서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이 가시화하기까지 시장지배력이 강한 은행주와 M&A 관련주에 관심을 기울이라”며 우리금융과 대구은행을 최선호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