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프로 보노 퍼블리코'의 진정한 의미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는 '공익을 위하여'를 뜻하는 라틴어로 흔히 '프로 보노'라고 줄여 부른다. 이는 로마 시대 지도층에 공익을 위한 헌신과 기부를 촉구하면서 비롯된 용어다. 현재는 미국 변호사들의 무료 변론을 일컫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미국 변호사협회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법률서비스를 권고하고 있으며 1993년부터 모든 변호사에게 연간 50시간 이상의 무료 변론을 하도록 규정했다.

통상적인 금전적 지원을 통한 기부는 단발성 이벤트의 성격이 강한 반면, 프로 보노는 개인의 전문성을 활용한 지속적인 공익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기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변호사협회는 프로 보노 활동 순위를 해마다 발표하는데 순위가 높은 로펌일수록 사회적 인식도 좋아지고 이로 인해 더 많은 사건을 수임하는 선순환 고리를 만들었다. 즉 단순한 구휼의 의미가 아닌 기부를 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 윈윈 하는 제도로 자리 잡은 것이다.


단순 기부 수혜자에 지속적 도움 못줘

프로 보노 활동은 우리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간한 '2012년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2011년 우리 기업 200여 곳이 사회공헌에 지출한 금액은 약 3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2002년 약 1조원이었던 것과 대비해 3배가 증가한 수치이며 보건복지부의 한해 사회복지 예산의 20%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절대금액으로 봐도 상당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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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회공헌 컨설팅회사 라임글로브가 발표한 '2013 사회공헌 리서치'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1%는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 인식이 사회공헌의 양적 수준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회공헌에 지출되는 금액과 국민의 인식 수준을 일치시키는 데에 프로 보노 활동의 취지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기업들의 사회공헌은 그 수준이 단순지원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사회공헌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이며 기부시점 이후에도 수혜자가 보다 나아진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문성 살린 맞춤형 사회공헌 필요

최근 생명보험 업계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 맞춤형 지원을 한다. 가령 영유아 단계에는 어린이집 설립 지원과 임산부 지원, 청소년 단계는 금융보험 교육 실시, 노년은 은퇴준비 프로그램 및 제2의 일자리 창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사회공헌 개념의 전환이 기업 입장에서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진예자 기퇴속(進銳者 其退速), 즉 나아가는 것이 빠른 자는 그 물러남도 빠르다는 맹자의 말씀처럼 사회공헌은 보다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도 수혜자를 배려하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접근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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