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 종목 팔고 덜 오른 종목 교체매매<br>일부선 “1兆원 가량 물량 더 나올수도”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의 팔자 행진이 8거래일째 이어지면서 이 기간동안 누적 순매도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섰다. 종합주가지수의 사상 최고치 돌파를 눈앞에 두고 현ㆍ선물시장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외국인 매도세는 증시에 충격을 주며 지수의 급등락을 야기하는 등 변동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주가 급등에 따른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가 커졌기 때문일 뿐 한국 증시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이익실현이 마무리되면 매도 공세도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인 매도는 일부 종목에 집중, 차익실현 성격 강해=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외국인 매도의 이유는 “그 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것. 주가가 오르면 파는 것은 당연하다는 지적이다.
윤석 CSFB증권 전무는 “올들어 한국 증시는 다른 시장에 비해서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 비중을 확대했던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등 특정 종목에 외국인 매도세가 집중된 점도 눈에 띈다. 지난 16~24일 7거래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LG전자, LG, 한국전력 등 5개 종목에 대해 7,415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이 기간 외국인의 전체 순매도 규모가 8,533억원임을 감안할 때 순매도 물량의 약 86%가 5개 종목으로 몰렸다는 얘기다.
강문경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이 진행되고 있으며 LG전자와 LG는 소버린의 주식 처분 물량”이라면서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이유가 명확하다”고 밝혔다. 또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분을 11%까지 늘렸던 외국계 펀드가 이익실현을 한 물량이고 한국전력은 전기료 인상 좌절에 따른 단기 모멘텀 약화라는 악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은 여전히 긍정적”이라면서 “최근의 매도세는 덜 오른 종목을 사고 많이 오른 종목을 파는 교체매매의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난 달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된 것에 비하면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전무도 “외국인들은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됐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기업의 질도 좋아지고 있고 국내 수급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 높은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서영호 JP모건증권 상무는 “한국 주식을 많이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주식을 팔면 장이 빠질 걸 알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 1조원 추가 매도 우려도= 그러나 외국인 매매를 무조건 낙관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동원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상무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외국인들은 지난 해 4ㆍ4분기부터 분기마다 2
조원대 이상 팔았다 샀다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8,000억원 가량이 나왔으니 1조원 가량의 매도 물량이 추가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 7월에는 미국이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기대심리로 이머징마켓 펀드로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왔지만, 다시 금리인상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면서 자금 유입 상태도 좋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장도 “최근 외국인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조금씩 우려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기조가 긴축으로 돌아설 경우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 전무는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이 선물시장에서 매수ㆍ매도 포지션을 옮겨가며 프로그램매매를 촉발해 지수 변동성을 높이고 있는 부분은 우려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