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투기억제책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여파가 건설인접 업종은 물론 가전ㆍ화학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가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시멘트 등 건설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뿐 아니라 전자ㆍ화학 등 여타 업종까지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가전제품의 경우 소비심리 냉각으로 소비자들의 제품 교체주기가 한층 길어지고 있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빌트인 가전은 부동산 경기 하락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며 “2~3년 전부터 빌트인 가전시장 확대를 겨냥해 투자를 확대해온 가전업체들이 부동산 경기가 식어버리자 추가 투자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가전업계는 지난해 정부가 8ㆍ31대책을 발표하자 신축 아파트ㆍ주상복합 등의 수요처가 한정될 것으로 전망하며 올해 시장전망을 전년에 비해 불과 5.7% 늘어난 5,500억원 규모로 잡아놓은 상태다. 그러나 올 들어 부동산 대출규제로 부동산 경기가 급속 냉각되자 관련업체들은 당초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태세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1~2년 내로 건설사를 통한 물량확대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신규 아파트ㆍ주상복합 등을 통해 판매를 늘리기보다 가구업체와 제휴해 개인고객을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당분간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트인 제품뿐만 아니라 냉장고ㆍ세탁기 등 생활가전 제품들의 수요도 감소했다. 일반인들의 경우 이사를 갈 때 덩치가 큰 가전제품을 바꾸는 경향이 있는 만큼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라 가전제품의 교체주기도 길어지고 있는 것. 생활가전 제품의 교체주기가 길어지자 삼성전자ㆍ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의 생활가전 부문 내수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혼수시즌인 4~5월이 포함된 2ㆍ4분기 매출액이 7,7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LG전자도 지난해 7,653억원이던 매출이 올해는 7,019억원으로 8.2% 줄었다. 신규 아파트 공사 급감으로 지방 중견 건설업체들이 어려움에 빠지면서 연쇄적으로 엘리베이터 업계가 부실채권 발생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엘리베이터 업체들은 현재 진행 중인 공사 현장의 부실 가능성을 수시로 체크하는 한편 미분양 등으로 현금이나 어음결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분양 중인 아파트 등을 현물로 확보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창호ㆍ바닥재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3~4년 전 짓기 시작한 아파트 등이 완공되며 수요가 유지되고 있지만 내년부터 분양 아파트 등이 감소하며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멘트 업체들도 건설경기 하락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시멘트 단양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것을 비롯해 대부분 업체들이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철근업계는 과거 계약건 덕에 당장은 부동산 경기 하락의 여파를 피부로 느끼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건설경기 하락 여파가 내년부터는 철근 수요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