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대사관 맞은편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과 똑같은 동상이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시 시립중앙도서관 앞에는 건립됐다. 한인 동포단체가 2년 이상 지속적으로 글린데일시 정부를 설득하고 자체적으로 3만 달러를 모금해 이뤄진 성과로 큰 감동을 전했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위안부'라는 화두가 구시대 유물처럼 낡은 것으로 치부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난관을 겪기도 한다.
일본 문학 전문가로서 동아시아 역사 화해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온 저자는 "한국인이 갖고 있는 위안부의 이미지는 위안부들의 '기억과 경험'의 반쪽에 불과하다"면서 "'위안부' 자체에 대한 불충분한 이해와 일본의 '사죄와 보상'을 둘러싼 오해, 그리고 현실 정치와 엮이고 현실 정치에 이용된 것이 20년이 넘도록 위안부 문제가 풀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 의식을 바탕으로 20년 넘게 끌어온 '위안부 문제'의 복잡한 구조를 해부하고, 제국ㆍ식민지와 냉전을 넘어 동아시아의 건전한 미래를 향해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대한 묵직한 고민을 담고 있다..
1부에서는 국가의 세력 확장에 따라 위안부의 전신 '가라유키상'이 출현하는 근대 초기 시작해 조선인 여성이 '위안부'가 되기까지의 정황, 위안소 생활, 태평양전쟁 종식 이후의 귀환에 이르는 '조선인 위안부'들의 총체적인 모습이 증언집을 중심으로 재구성된다. 저자는 "조선인 위안부는 '일본인 위안부'를 대체한 존재였다"며 "조선인 위안부는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동시에 '제국'에 편입된 '식민지인'으로서 협력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됐다"고 지적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처녀들을 위안부로 데려간 주체가 일본군이 아니라 업자나 포주라는 점이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필요로 한 것은 맞지만 사기 등의 불법적 수단으로 '강제로 끌고 간' 주체는 일본군이 아니라 업자였다는 사실, 위안부의 '불행'을 만든 강간이나 폭행ㆍ감시ㆍ고문ㆍ중절 등의 주체가 포주였다는 사실이 위안부의 증언을 통해 밝혀진다.
2부와 3부에서는 조선인 위안부를 둘러싸고 어떤 형태로 양국간 논란이 펼쳐지는지, 그리고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일본의 사죄와 보상 문제를 놓고 다각도로 해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위안부 단체가 요구하는 입법적인 해결 대신 도덕적 규범에 반하는 '죄'와 법을 위반한 '범죄'를 구별해야 한다"며 "고령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서도 제국과 냉전이 남긴 문제들을 뛰어 넘어 합리적이면서도 객관적인 관점에서 풀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