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숙<탤런트>몇달 전부터 같이 살고 있는 남편.
그는 나를 처음 만난 뒤 내가 골프에 취미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골프 클럽을 처음 손에 잡았다. 교습을 약 한달 받는가 싶더니 더이상 교습이 필요없다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했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스윙으로 약 11개월만에 가끔 싱글핸디 스코어를 기록하기도 하는, 스코어 상으로는 비교적 빠른 진보를 보이고 있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문득 스윙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스윙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 보고 나서는 자극을 받은 것이다. 아무리 스코어가 좋아도 스윙이 어색한 싱글 핸디 캐퍼가 된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스코어는 비록 좋지 않아도 리듬과 스윙이 보기 좋은 골퍼가 진짜 골퍼라는 이야기를 꺼낸 뒤 그는 필드에 나가면 스코어 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부드럽고 우아한 스윙을 하려고 애쓴다. 그 모습을 보며 조금은 걱정스러웠던 내 남편이 이제 골프를 이해하는 것 같아 골프 선배인 나로서는 내심 안심이다.
난 골프가 스코어를 줄이는 게임이기 보다 하나의 행위스포츠라고 생각한다. 그 행위(스윙)에는 예술적인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 이슬이 맺힌 잔디에 햇살이 내리고…. 서쪽으로 주홍빛 황혼이 어둠 속으로 넘어가는…. 그런 영롱하고 황홀한 자연 속에서 발레리나가 춤을 추는듯한 리드미컬하고 아름다운 스윙은 또 다른 하나의 아름다운 자연인 것이다. 닉 프라이스나 타이거 우즈처럼 빠른 스윙에도 리듬과 미학이 있고 스윙의 원리가 스며있다. 리 젠슨의 슬로 리듬에도 아름다운 스윙의 행동미학이 있다. 그러나 필드에 나서면 우리 주위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지지 않는 스윙들을 볼 수 있다.
물론 나의 스윙이 대단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바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쫓기며 살아가는 대부분의 골퍼들…. 탁 트인 필드에 나가 빨리 볼을 치고 싶겠지만 필드에서는 최소한의 준비된 스윙을 준비한 사람을 환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런 준비된 스윙을 준비한 뒤 필드로 나선다면 같이 티오프 하는 사람들에게나 뒤쫓아 오는 주위의 골퍼들에게 여유와 아름다움을 던져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완벽하진 않아도 스윙을 이해하는 우아한 스윙을 지닌 주위 골퍼들…. 그들은 언제나 겸손하며, 여유가 있으며, 예절 바르고, 로우 핸디며, 자연이 주는 즐거움과 감사함을 만끽하는 골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