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13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은 군부 길들이기 2라운드의 시작”이라며 “지금까지 잦은 인사를 통해 말을 듣게 하려다가 뜻대로 안되니 칼을 빼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가 개막한 이후 김 제1위원장은 군 고위 간부들의 견장에 별을 뗐다 붙였다 하는 ‘견장정치’를 통해 군부 길들이기에 안간힘을 써왔다.
인사를 통한 통제가 예상만큼 효과적이지 않자 북한 군부 서열 2위 인물인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표적으로 삼아 ‘피의 숙청’을 통해 ‘본때’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인민무력부가 담당하던 군부 외화벌이 사업을 내각으로 이전하려고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사업 이전에 반발해온 인민무력부장을 숙청함으로써 군부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도 “현영철 숙청은 ‘수령’의 무오류성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특히 군부에 강력한 통치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이번 숙청이 집권 초반 김정은과 엘리트들간의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서 조금씩 불거지기 시작하는 ‘불만’의 목소리를 억누르기 위한 조처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 현영철 이외에 숙청 또는 처형된 주요 간부로 꼽힌 변인선 작전국장, 조영남 국가계획위 부위원장, 임업성 부상(성명 미상) 등은 모두 자신의 전문 분야와 관련해 김 제1위원장에게 ‘이견’을 제시하거나 ‘불평’했다가 비참한 결말을 맞았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무리하게 추진되는 사업들이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기술 관료, 전문가 중심으로 나오는 합리적 문제제기를 억누르고자 강도 높은 숙청이 동원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자신에 대한 사소한 이의 제기도 수용을 못하는 심리 상태와 인사 스타일과 관련한 개인 성격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숙청이 곧바로 체제 불안정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게 보인다고 진단하고 숙청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는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올해가 김정은 정권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연구원은 “지도부가 서로 싸우는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엘리트들이 김정은을 신뢰하지 못하고 불안해하면서 결속이 이완되고 무리한 사업의 폐해로 대중적 충성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