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가 지난 달 말 미국 남동부를 강타하기 전까지 시장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9월 정례회의(한국시간 21일)에서 0.25%포인트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데 의문을 달지 않았다.
그러나 카트리나의 엄청난 위력을 실감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카트리나로 미국의 하반기 경제 성장세가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면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지난 해 6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 인상 행진을 시작한 이후 금리 동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카트리나 악몽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최근 금리 동결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꺾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기업들 투자와 가계 소비 심리에 직접적 영향을 미쳤던 고유가가 하향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고유가는 인플레이션 압력보다는 경기 침체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여기다 FRB가 금리 인상 행진을 중단할 경우 오히려 카트리나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확인시키는 것이 된다는 부담도 이러한 전망을 낳고 있다. ‘사이버 트레이더’의 수석 시장전략가인 케네스 타워는 “FRB가 경제는 잘 유지되고 있으며 방향을 급격히 수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 투자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실시한 설문에서도 86명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66명이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점쳤다. 이 경우 연방기금금리는 지난해 이후 11차례 연속 인상되며 3.75%가 된다.
금리 인상 행진의 중단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카트리나 영향으로 미국 소비자신뢰지수가 13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는 등의 암울한 지표들이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이코노미스트 제임스 글라스만은 “카트리나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충격을 안겨줬다”며 “금리 동결을 통해 일단 미국인들을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터 후퍼는 “이번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위원들간 격론이 예상된다”며 “인플레이션과 집값 거품 등의 요인보다 카트리나 충격 완화의 필요성이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