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조직의 흥망

442년 동안 포르투갈에 조차(租借)됐던 마카오가 지난 20일 홍콩(97년)에 이어 중국에 반환됐다.마카오를 접수하기 위해 트럭을 타고 진입하는 말쑥한 차림의 중국 인민군 모습이 전세계에 중계됐다. 중국기를 흔들며 환한 웃음으로 이들을 환영하는 마카오 시민들의 흥분된 모습도 TV에 비쳤다. CNN의 인터뷰에 응한 한 마카오 주민은 『기쁘다. 어머니의 품안에 다시 안기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권 반환식에 참석한 중국의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은 『중국 정부와 국민은 타이완 문제 해결과 조기 통일을 자신하며,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말해 마카오 주민들을 다시 열광시켰다. 이미 10대 무역대국에 진입한 중국은 21세기 초반에 경제규모가 미국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6·25때 누비옷을 걸치고 인해전술로 처내려오던 때의 모습을 상기할때 실로 지금은 「너무나 잘 나가는 중국」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를 두편으로 갈라 그 한쪽을 통치하던 소련의 처지와 너무나 대비된다. 소비에트 연방은 미국을 위협하는 강한 과학기술력과 군사력·경제력을 지녔던 초강대국이었다. 그러나 91년 연방체제가 붕괴되면서 끝없는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후 국제사회에 비친 구(舊) 소련의 모습은 식량과 달러를 얻기 위한 초라한 구걸 외교와 끝없는 내정혼란 뿐이었다. 앞서 나갔던 소련이 추락하고 한참 뒤처졌던 중국이 전면에 부상하게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수많은 요인이 있겠으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천하대세를 읽는 지도력」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70년대 중반에 「자본주의적 요소 없이는 망한다」는 대세를 간파하고 중국대륙을 개혁·개방정책으로 이끈 등샤오핑(鄧小平)이라는 지도자가 있었다. 소련은 고르바초프라는 지도자를 만나서 80년대 중반, 뒤늦은 개혁·개방의 시동을 걸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이전의 지도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천하대세를 거스르며 되지도 않는 사회주의를 고수하려다 초가삼간마저 태워먹은 꼴이다. 소련이 지난 영광을 다시 찾으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이다. 잘못된 원인을 골병든 국민들에게 돌리는 것은 마차를 말 앞에 놓는 격이다. 중국과 소련의 흥망을 보며 국가차원 뿐 아니라 회사·가정 등 모든 조직의 흥망이 같은 원리가 아닐까 하는 데 생각이 미친다. 마침 한국 벤처업계에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손정의(孫正義)사장도 「CEO의 아이디어와 정열」을 투자대상기업 선정기준의 하나로 꼽았다고 한다. 지금 이시간에도 어느 조직은 흥하는 중이고 어느 조직은 망하는 중이다. WH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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