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홍콩 주권반환 10년] 2.차이나식 '트로이의 목마'

一國兩制 발판 '中자본주의화' 앞당겨<br>對中 수출제품 무관세 적용등 교역·교류 자유화<br>위안화 취급 허용으로 홍콩 금융산업 비약 성장<br>취업기회 확대등 '하나의 中國' 시너지 효과도



[홍콩 주권반환 10년] 2.차이나식 '트로이의 목마' 一國兩制 발판 '中자본주의화' 앞당겨對中 수출제품 무관세 적용등 교역·교류 자유화위안화 취급 허용으로 홍콩 금융산업 비약 성장취업기회 확대등 '하나의 中國' 시너지 효과도 홍콩=문성진특파원 hnsj@sed.co.kr 관련기사 • 1. 비상하는 '글로벌 진주' 홍콩 • 2.차이나식 '트로이의 목마' • [홍콩반환 10주년] ① 멀고먼 직선제 • ② 중국을 등에 업고 • ③ 중국화냐 국제화냐 • ④ 일국양제 실험의 성공 • ⑤ 아듀! 퀸즈피어 • ⑥ 한류로 맺어진 한국-홍콩 재즈풍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구슬프게 흘러나오는 지난 2003년 겨울 밤 홍콩. 짙은 어둠에 잠긴 홍콩 금융중심지 센트럴 지역의 야경 속에 중국은행(BOC) 건물과 시노펙(중국석유화학공사) 광고판이 유난히 번쩍거린다. '무간도' 시리즈로 유명한 류웨이창(劉偉强)과 마이조이후이(麥兆輝) 감독이 만든 '상성(傷城ㆍ상처받은 도시)'의 첫 장면은 홍콩의 우울한 현실을 이렇게 암시한다. 홍콩 주권반환 이후 본토인들이 밀려들어오면서 홍콩에서는 슬픈 이야기들이 시작됐다. 반환 다음날인 97년 7월2일 태국 밧화가 붕괴되면서 시작된 아시아 금융위기로 홍콩 경제는 휘청거렸고 2003년에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으로 상처를 입었다. 홍콩의 상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홍콩의 자율적인 정치ㆍ경제체제 보장시한이 40년밖에 남지 않아 홍콩 사람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하지만 홍콩의 경제적 자유는 영속하며 중국이 오히려 홍콩에 동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베이징의 한 정치전문가는 "과거 덩샤오핑(鄧小平)이 주권반환 이후 50년 간 중국과 홍콩의 체제를 다르게 유지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홍콩의 사회주의화를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며 "이 시한이 끝나는 40년 뒤 중국은 홍콩과 유사한 자본주의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은 상처받은 도시인가=덩샤오핑은 78년 중국 공산당 11기 3중전회에서 "사회주의를 핵심으로 하되 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두 체제를 병행할 수 있다"는 '1국2체제(일국양제)' 논리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반환 당시 "국방과 외교 문제를 제외한 홍콩특별행정구(SAR)의 일반행정 문제에 결코 개입하지 않겠다"며 고도의 자치권을 허용했고 주권이양식에 참석한 장쩌민(江澤民) 당시 중국 국가주석은 홍콩의 기존 생활방식과 시장경제 체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일국양제 적용과 이를 뒷받침하는 항인치항(港人治港ㆍ홍콩인에 의한 홍콩 통치) 원칙을 다짐했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일국양제는 출범과 동시에 벽에 부딪쳤다. 홍콩증시와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고 홍콩 경제 전반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일반인들의 영어 구사력은 후퇴하고 푸퉁화(普通話ㆍ중국 표준어) 사용이 늘어나는 등 홍콩의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도 홍콩인들의 걱정거리다. 홍콩 정부는 반환 이후 각급 학교에 푸퉁화 교과를 개설하고 초ㆍ중학교 필수과목으로 정했다. 공직사회나 비즈니스ㆍ대외교류에서도 푸퉁화 사용이 확대됐다. 그러나 홍콩의 중요한 경쟁력 가운데 하나인 영어 구사능력의 후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예영호 SGS애셋매니지먼트 홍콩 대표는 "주권반환 이후 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줄어 영어를 못하는 홍콩 젊은이가 많아졌다"면서 "나이 많은 택시 운전사들은 대체로 영어를 할 줄 알지만 젊은 기사들 중에는 영어를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홍콩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홍콩인들의 반발기류도 확산되고 있다. 홍콩에서 만난 한 사업가는 "홍콩 섬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중국은행 건물이 칼날처럼 예리한 모양으로 지어진 것까지 홍콩의 기를 누르기 위한 중국 측의 의도로 해석할 정도로 홍콩인들 마음 속에는 중국에 대한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을 변화시킬 '트로이의 목마'=하지만 중국은 홍콩의 몰락을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홍콩이 사스 때문에 어려웠던 2003년 중국은 홍콩과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 협정(CEPA)'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단계적으로 중국 본토로 수출되는 홍콩산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늘어나 2006년 1월부터는 홍콩의 모든 업종이 무관세로 중국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는 또 2003년부터 중국 도시 주민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홍콩 개인관광을 허용하면서 홍콩 관광산업 활성화의 기폭제를 제공했다. 이에 힘입어 97년 한해 홍콩을 방문한 중국인은 236만명에 그쳤으나 2006년에는 1,360만명으로 무려 4.7배나 늘어났다. 홍콩의 주력산업인 금융산업은 중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홍콩 은행들은 2004년 1월 정식으로 위안화 업무 허가를 받았고 올해 초에는 대륙 금융기관이 홍콩 현지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중국 정부가 홍콩의 위안화 업무를 확대함으로써 홍콩은 대륙 밖에서 위안화를 다루는 최초의 금융중심이 됐으며 위안화는 홍콩을 통해 국제통화로 자리잡게 됐다. 홍콩 경제는 이 같은 조치들에 힘입어 최근 3년 간 급성장세를 이어왔고 홍콩의 세계금융중심지수 서열도 주권반환 전 6~7위권에서 런던과 뉴욕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결과적으로 96년 홍콩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 커버스토리로 '홍콩의 사망'을 예고했던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의 보도는 희대의 오보로 남게 됐다. 홍콩 사람들의 중국에 대한 경계심도 차츰 사라지고 있다. 홍콩인들은 중국에 건너가 일자리를 찾거나 여행을 하는 홍콩 주민들이 늘어나고 중국인들의 홍콩 관광이 대폭 확대되면서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기회의 확대라는 측면으로도 중국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티대 졸업생으로 중국 건설회사에 입사한 로육컨은 "홍콩이 과거에 흥성했을 때보다 현재 중국에 더 많은 취업 기회와 사업 기회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많은 친구들이 대륙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주권반환 10주년을 맞는 오는 7월1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기념식에 참석, 일국양제의 성공을 대대적으로 경축할 예정이다. 홍콩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대만과도 일국양제식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속셈이 담긴 정치적 퍼포먼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지만, 어쨌든 홍콩과 중국의 결합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앤서니 에스피냐 홍콩 증권업협회 회장은 "홍콩에는 발전하는 중국경제가 있다"면서 "중국과 한몸인 홍콩은 중국 경제가 발전하는 한 무한히 더불어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오진둥 안싱제지집단공사 CEO "홍콩 시장경제 체제 훼손되는 일 없을것" 외환위기등 어려움 불구 홍콩 비약적 발전 비결은 中경제력 뒷받침 덕분 중국과 홍콩의 합작제지회사인 안싱(安興)제지집단공사의 야오진둥(姚錦東) 최고경영자(CEO)는 홍콩 주권반환 10년을 회고하면서 "중국과 홍콩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가족과 다름없으며 오늘날 홍콩 경제의 비약적인 발전은 전적으로 중국 경제의 발전에 힘입은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중국 선전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또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계획경제는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다"며 "홍콩의 자유로운 경제체제가 중국에 의해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의 주권 반환 10년 간의 성과를 평가해달라. ▦지난 10년은 홍콩반환 10년이 아니라 중국 경제발전 10년이라고 평가해야 정확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은 홍콩 기업들에 상품 수출 및 수입에서 각종 혜택을 줬고 파격적인 세금우대 정책을 폈다. 덕분에 홍콩 경제는 외환위기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등 수많은 어려움을 딛고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한마디로 홍콩의 발전은 중국 경제력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은 홍콩 주권반환 50년 간 '일국양제' 유지를 보장했다. 이후 홍콩은 중국 같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홍콩의 자유로운 경제체제에 변화가 생기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중국 경제가 홍콩의 자유로운 체제와 유사한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권반환이 없었어도 홍콩의 발전은 가능했다는 견해가 있다. ▦주권반환이 없었으면 홍콩이 지금처럼 발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홍콩 사람들은 예전에 본토를 몰랐다. 주권반환 이후 중국을 알게 됐고, 결국 차이나브랜드를 쓰게 됐다. 이것이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 홍콩과 중국은 문화와 지식의 배경이 같기 때문에 한집안 식구나 다름없다. 하지만 서로 간에 교류가 없다면 의미없는 것 아닌가. 홍콩의 주권반환으로 양 지역의 교류가 활발해졌고 그 결과 홍콩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했다. -최근 홍콩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중국 중앙정부가 상하이나 톈진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점을 들어 지적한 것 같은데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홍콩을 견제하기 위한 게 아니라 지역발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오히려 상하이ㆍ톈진 등의 성장은 홍콩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홍콩에 대한 중앙정부의 간섭을 걱정하기도 한다. ▦일부 사람들이 중앙정부의 간섭에 대한 우려를 거론하곤 하는데 이는 멀리 내다보지 못한 때문이다. 홍콩에서도 상류층이나 지식인들은 중앙정부의 간섭을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은 오직 경제이다. 다만 하류층 일부에서 그런 걱정을 하는 듯한데 홍콩과 중국이 함께 발전해나간다면 걱정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시너지 효과이다. -중국과의 협력관계에서 홍콩 기업들이 부족한 점을 꼽는다면. ▦홍콩 대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하고 투자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정보 및 자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의 도움으로 이 문제를 다소 완화시킬 수 있겠지만, 결국 기업들 스스로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입력시간 : 2007/06/1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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