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공사화로 수익률 올린다지만… "재정안정성 훼손 우려" 반론도

■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안 발표

가입자·시민단체 참여 없인 정치권 등 압력 취약 지적

기금운용위 소속 기관은 복지부vs대통령 직속 갈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1일 토론회에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독립시키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향'을 발표했다. 원종욱 보사연 미래전략연구실장과 신진영(연세대)·안동현(서울대)·이재현(숭실대) 교수 등 4명이 복지부의 의뢰로 마련한 안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맥이 빠진 모양새다. 추진 주체인 복지부는 문형표 장관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경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발표안이 연금 전문가인 문 장관과의 교감 아래 만들어졌다는 얘기가 많았던 만큼 그가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추진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여년 동안 노무현·이명박 정부가 서로 다른 3개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개편을 추진했지만 논란만 거듭했듯이 이번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우선 공사 독립이 투자수익률을 높여줄 것인가를 둘러싸고 견해가 엇갈린다. 원 실장 등은 "캐나다의 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36%가 넘는 대체투자 비중을 국민연금처럼 10% 수준으로 낮추면 지난해 17%에 가까웠던 수익률이 10.75%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대체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률 상승 효과를 강조했다. 또 기금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1%포인트 높이면 보험료율을 2.5%포인트 인상하는 것과 비슷한 재정안정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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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근거가 부족한 장밋빛 전망으로 여론을 호도하거나 위험한 투자로 노후 안전판인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최광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똑같은 사람이 투자하는데 수익률이 (그렇게) 올라가겠느냐"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우창 KAIST 교수도 "향후 40년간 연평균 1%포인트 이상 초과수익을 달성할 이론상 확률은 5.7%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수익을 논할 때는 위험도 같이 고려해야 하며 그 수준은 암묵적인 사회적 합의로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입자단체·시민단체는 기금운용위원으로 직접 참여하지 않고 위원 추천만 하면 정치권·정부·시장으로부터의 압력에 취약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기금운용위 실무평가위원으로 8년여 참여해온 이찬진 변호사(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로 부실화한 기업을 국민연금이 인수하지 못하게 막은 것도 가입자 대표였다"며 "국민연금을 재정의 도구, 거시경제정책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권이나 경제부처의 의도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전문가가 아니라 가입자 대표"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민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사회가 전문가로 구성된 캐나다 CPPIB의 경우 경제부처 등이 주식매수 등 자산운용과 관련해 요구할 게 있으면 공식적인 루트를 활용하게 하고 이를 기금운용에 반영했는지 여부까지 공개해 독립성·투명성을 유지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기금운용위를 어느 부처에 둘 것인가에 대한 견해도 엇갈린다. 중론은 연금제도와 기금운용을 연계해 운영할 수 있는 복지부 산하에 두는 게 낫다는 쪽이다. 기금운용에 개입하려는 수요가 많은 기획재정부나 기재부의 영향력이 큰 총리실 밑에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경제부처 등을 중심으로 대통령·총리실 산하에 두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토론자로 나선 연강흠 연세대 교수도 "노무현 정부가 임기 말에 제출한 법안처럼 대통령 직속으로 해야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금운용위 사무국을 공무원 조직으로 꾸릴지, 민간전문가 위주로 꾸릴지도 쟁점 가운데 하나다. 복지부와 원 실장은 복지부 기금재정과를 확대 개편한 공무원 조직을 상정하고 있다. 반면 남 연구위원은 "공무원 조직으로 사무국이 꾸려지면 기금운용에 정부정책을 반영하는 통로가 될 수 있어 곤란하다"며 "위원회와 마찬가지로 민간전문가 위주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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