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휴대폰 요금이 1200만원… 날벼락
휴대폰 명의 대여 주의보보조금으로 유혹한 뒤 1200만원 요금폭탄범죄 악용 피해 증가 불구 법적 처벌 어려워 골머리이통사 연간 수백억 손해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민 모씨는 지난 8월 "휴대전화 한 대를 대신 개통해주면 100만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준다"는 전화에 솔깃해 '하나통신'이라는 곳에 개인 정보를 건네줬다. 하나통신 관계자와 동행해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한 그는 곧바로 100만원을 건네 받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하나통신'은 불법 휴대전화 대출 사기단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개인정보나 하나통신이 개통해 간 휴대전화가 어떻게 쓰일지 몰라 불안해진 민 씨는 "지금이라도 대출금을 갚고 개통을 취소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하나통신 측과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다.
이처럼 알면서도 명의를 '대여'해주는 경우가 늘면서 이동통신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SK텔레콤 영업본부 관계자는 "급전을 대출해 준다는 이야기에 신용도가 낮은 이들이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이동통신사마다 연간 수 백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고 있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 명의로 개통된 휴대전화는 요금이 체납되거나 소위 '대포폰'으로 범죄 등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명의만 빌려갈 뿐 요금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불법 휴대전화 판매업자들과의 말과는 달리 실제로 요금폭탄을 맞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한 통신업체 대표 이 모씨는 15만원의 보조금을 빌미로 745명의 명의를 빌린 후 피해자당 최고 1,200만원의 요금이 청구되게 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총 피해액은 약 32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명의를 대여해 준 이에 대한 뾰족한 처벌 방안도, 명의 대여를 막을 방법도 없다는 점이다. SK텔레콤 측은 "대포폰에 명의를 빌려줘도 명의자가 별다른 법적인 처벌은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명의 '대여'와 '도용'을 구분하기 힘든 경우도 많아 대포폰이 심각한 범죄에 연루되지 않은 이상 책임을 물기가 어렵다. 또 보통 경제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회적 약자들이 명의를 대여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무작정 처벌을 강화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또 다른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끊임없이 계도 활동에 나서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에 제출한 '이동통신 3사의 지난 3년간 실제 명의도용 건수 및 피해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명의도용 접수 건수는 전년 대비 9.7% 증가한 1만4,545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접수된 건수도 이미 9,455건에 달해 지난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다. 명의도용 피해액은 2009~2011년 3년 간 감소 추세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11억3,000만원)에 이미 지난해(16억6,000만원)의 70% 수준으로 집계되면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