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TV홈쇼핑 업계는 방송 선정성에 대한 자체 수위 조절에 들어 갔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홈쇼핑의 속옷 판매 방송이 낯 뜨거울 정도로 선정적이라는 여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홈쇼핑의 선정성 수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지난 가을 약속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졌다. 아니 그 보다는 밤 10시 이후에만 속옷 방송을 하겠다던 약속을 지나치게(?) 잘 지키고 있는 듯 하다.
지난 주말 한 홈쇼핑 업체는 속옷 대용 여성용품을 판매하면서 낯뜨거운 광경을 연출했다. 자정 무렵이긴 했지만 외국인 여성 모델은 상반신 중 최소 부위만 아슬아슬하게 가린 채 방송 내내 TV화면에 등장했다.
이보다 앞서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남성용과 여성용 속옷을 판매하면서 속옷만 걸친 남녀 모델이 오토바이 위에 앉아 있는 민망한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 형형 색색의 속옷을 입은 외국인 모델들로 하여금 단체로 춤을 추게 해 야간 업소 공연 무대를 연상시키는 속옷 방송도 있었다. 단순한 모델 워킹이나 정지 상태 클로즈 업 만으로는 경쟁 업체보다 튈 수 없다고 판단했나 보다.
비단 속옷 방송 뿐만이 아니다. 최근 여름철로 접어 든 후부터는 일반 생활용품 판매 방송에서 까지 선정적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계절 상품인 에어컨을 판매하면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모델들이 에어컨을 붙들고 춤을 추고 카 시트 제작용 가죽으로 만든 짧은 옷을 입은 모델이 카 시트 판매 방송 내내 제품을 야릇한 손길로 쓰다듬기도 한다.
청소년 보호 시간대를 피하겠다던 약속은 지키고 있는 지 모르지만 그 외 시간대 방송에선 선정성이 위험 수위까지 높아졌다. 관련 업체들은 다른 케이블 채널과 마찬가지로 심야 시간 방송까지 시청자를 고려할 순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물론 TV홈쇼핑도 하나의 케이블 채널이다. 하지만 영화 채널이 심야에 에로 영화를 내보낸다고 해서 함께 야해져야만 하는 경쟁 채널은 아니다.
매출 규모면에서는 성숙기에 접어들었으나 방송의 질적인 면에선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 뒤돌아봐야 할 것이다.
<정영현기자(생활산업부) yhch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