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야오 중국 재정 부부장은 7일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부채상한선 증액 실패는 전세계 경제에 파문을 일으킬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지 않도록 실질적이고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의 디폴트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주 부부장은 "지난 2011년 부채상한 협상 문제로 결국 신용등급까지 강등됐던 미국은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바란다"는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후루사와 미쓰히로 일본 재무차관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정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일본은 빠른 사태해결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주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재정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치는 미국의 국내 문제지만 디폴트에 빠질 경우 전세계에 다양한 충격을 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한 데서 압력수위를 한층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이 이처럼 미국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오는 17일 부채한도 증액협상 시한을 넘겨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면 주요 채권국인 이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7월 말 현재 1조2,77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한 중국은 디폴트가 현실화해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 큰 손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역시 중국 다음으로 많은 1조1,350억달러어치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달러약세로 엔화가치가 올라 아베노믹스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달 말 달러당 98.2엔에 거래됐던 엔화가치는 8일 장중 96.57엔까지 올라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에 집중됐던 중국의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조사 업체 로디엄그룹의 대니얼 로센 창립자는 "중국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의 정쟁으로 자산이 흔들리는 현실을 그대로 놓아둘 이유가 없다"며 "이번 사태가 중국과 미국의 금융관계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2010년 6월 중국 외환보유액의 45%를 차지하던 미 국채 비중은 올 6월 현재 35%까지 떨어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