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타이어 사업 부문을 전담하는 자회사의 사장을 맡게 됐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는 장남인 조현식 사장이 맡고 차남은 사업 자회사를 책임지는 '포스트 조양래 체제'의 틀이 갖춰진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인적 분할된 사업 자회사인 한국타이어의 사장 겸 마케팅본부장을 장남인 조현식 사장에서 차남인 조현범 사장으로 변경했다.
지난 4월 한국타이어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존속회사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이하 한타월드)와 사업 일체를 맡는 신설 자회사 한국타이어로 인적분할하기로 하고 한국거래소에 분할 재상장 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당시 한국타이어가 매출의 97.8%에 달하는 타이어 사업을 신설 자회사로 이관하고 지주사는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히면서 전문가들은 지주사 전환을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남이 타이어 사업을 전담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그간 유력한 후계자로 꼽혀왔던 조현식 사장이 지주사를 맡아 그룹 내 경영권을 확보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2010년부터 장남과 차남이 순차적으로 경영일선에 나서면서 조 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이미 속도를 내고 있다"며 "차남이 타이어 사업을 전담하기로 하면서 장남과 차남의 그룹 내 역할 분담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한국타이어가 분할 재상장 이후 '주식 스와프(swap)' 방식을 활용해 지주사 전환과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말 진행된 기업설명회(IR)에서도 "한국타이어 관계자들이 넥센타이어와 유사한 '지분 스와프' 방식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3월 넥센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넥센은 계열사인 넥센타이어 주식 공개매수를 통해 강호찬 사장이 보유 중이던 넥센타이어 지분 대부분을 넘겨받은 대신 넥센 신주를 줬다. 이에 따라 강 사장의 넥센 지분은 50.51%로 높아져 강병준 넥센타이어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분할 후 지분 스와프 방안이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일반 주주의 참여를 최대한 배제하고 대주주가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며 "시장의 관측대로 차남이 타이어 사업을 맡는 대신 장남이 지주사를 맡게 된다면 이를 염두에 둔 지분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주사 전환이 완료되면 조 회장은 지주사 지분을 자녀들에게 증여하면서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강화를 동시에 꾀할 수 있다. 인적분할의 특성상 대주주 일가는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지분율이 같아 조 회장은 자녀들에게 보유 중인 지주사 지분 15.99%를 나눠주더라도 계열사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측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장 교체는 단순한 업무 스위치일 뿐"이라며 "존속법인인 한타월드의 인사는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고 기존에 한국타이어의 마케팅본부장을 맡고 있던 조현식 사장도 조만간 담당 업무가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범 사장은 1998년 한국타이어에 입사해 2001년 광고홍보팀장, 2004년 마케팅부본부장, 2006년 경영기획본부장(부사장)을 거쳤고 조현식 사장보다 1년6개월 늦은 지난해 12월 39세의 나이로 사장이 됐다.
한국타이어는 오는 7월27일 서울 강남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조현범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 등을 포함한 이 같은 분할계획을 승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