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기침체로 결혼풍속도 급변

“졸업하면 곧바로 선봐서 결혼할래요” 대구 K대 졸업반인 김모(23)양은 캠퍼스 커플로 지내왔던 남자친구와 최근 헤어지기로 했다. 군에서 갓 제대한 남자친구가 졸업하고 직장을 구할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좋은 혼처를 구해 결혼하겠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취업난이 가중되면서 지방대 출신 여학생이 번듯한 일자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되자 일찌감치 안정적인 `취집(취직대신 시집간다는 뜻)`을 택한 것이다. 김 씨는 “졸업한 뒤 직장을 구해 일하길 원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졸업반 친구 4명 가운데 1명 가량은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다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취업이 날이 갈수록 어렵게 되자 구직보다 결혼을 고려하고 있는 여대생이 늘어나고 있다. 또 경기 침체에 따른 조기 퇴직으로 경제난에 직면한 외국 유학생들이 재력 있는 결혼 상대자를 귀국하는 등 결혼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결혼정보회사 여대생 회원 급증=18일 결혼정보회사인 D사가 자사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대생 회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문의전화나 안내자료를 요청하는 메일 수도 지난해 하루 평균 3~5건에서 두 배 가량 늘어난 6~10건에 달했다. 실제로 S대 4학년인 이모양(23)은 다가오는 졸업으로 인해 심리적으로 불안해지자 가능하면 취업과 결혼을 동시에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이 회사 회원으로 가입했다. 김모양과 마찬가지로 방학기간 동안 미팅을 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졸업 후 곧바로 결혼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유학생 맞선차 일시 귀국 성행=최근 조기 퇴직 등에 따라 경제난을 겪고 있는 유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일시 귀국해 단기간에 수 차례 맞선을 보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D사는 올 여름방학때 유학생 남성과 재력 있는 여성과의 만남에 참가하길 원하는 회원 수가 지난해보다 30% 가량 늘어났다고 밝혔다. 듀오의 한 관계자는 “한 회원의 경우 최근 명퇴한 아버지 대신 생활비 등을 부담해줄 신부감을 찾고 있다”고 귀뜸 했다. 경제난에 봉착한 유학생은 스폰서를, 국내 여성들은 앞날이 유망한 해외 유학생을 선호하는 등 현실적인 필요성에 따라 이 같은 맞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결혼정보회사 S사의 경우 여성회원 12명이 18일부터 오는 26일까지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학생 남성들을 만나는 행사를 갖는다. ◇전문직 여성 배우자 선호=경기 침체에 따른 결혼 풍속도의 변화는 배우자 직업에 대한 선호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선우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성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우자 직업은 약사로 나타났으며 교사, 의사, 공무원, 아나운서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2000년과 비교할 때 의사, 은행원, 변호사, 판사, 공인회계사 등 전문직 여성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증가한 반면 정보통신 관련 직업이나 비서, 예술인, 유치원 교사, 증권사 직원 등에 대한 선호도는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S사의 한 관계자는 “고용이 불안한 상황에서 전문직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높아졌다”며 “결혼 적령기 남성들이 경제적 부담과 조기퇴직 등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을 덜기 위해 보다 안정적이고 비교적 수입이 많은 배우자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최근 번듯한 직장에 빼어난 미모를 갖춘 한 여성디자이너가 카드 빚을 갚아주면 누구에게라도 결혼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한 20대 여성은 부도에 처한 아버지 회사를 살려주면 재혼 자리라도 마다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경기 침체가 젊은이들의 결혼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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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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