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계/불황… 비자금 파문… 어두운 한해(결산 96)

◎명예퇴직 실시 고용불안 확산/주요그룹 잇단 세대교체… 공격경영 바람 일으켜/노측과 노동법 공방은 미제로재계가 뒤돌아보는 96년 한해는 그리 밝지 못하다. 반도체 가격폭락을 기점으로 시작된 극심한 불황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자금사건, 공정거래법, 규제완화, 노동법 개정 등을 둘러싼 정부와의 치열한 논쟁으로 「얼룩진 1년」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이런 가운데서도 고임금을 비롯한 고비용­저효율 구조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재계의 입장을 국민에게 알리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었다는 점에서는 한가닥 「보람」을 찾고 있다. 또 안으로는 정보통신 사업자 선정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요 그룹들의 세대교체 바람으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공격경영의 바람을 일으켰다. 올해가 시작되는 시점만 해도 재계의 분위기는 최악에 가까웠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비자금 사건의 여파로 전경련이 윤리강령을 제정하고 주요그룹들이 도덕경영을 선포하는 등 비자금으로 추락된 이미지를 되찾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했다. 이처럼 이미지가 실추된 가운데서 재계의 목소리는 그만큼 작아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다 엔저 등 환율불안, 16메가D램등 반도체및 석유화학 가격의 급락, 수출주력업종의 극심한 불황 등 본격적인 불경기가 시작돼 어느 해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더욱이 하반기들어서는 정부의 행정규제에 이어 친족독립경영회사와 사업부제규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강력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발표되자 재계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지경이 됐다. 비자금 사건 등으로 이미지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이같은 밀어붙이기는 재계의 운신의 폭을 그만큼 좁게 했던 것.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는 지난 9월에 있은 전경련 기조실장회의를 기점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기조실장회의는 고임금, 고금리, 고물가, 고지가, 고물류비 등 이른바 5고를 우리나라 경쟁력 약화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하고 내년도 임금을 총액기준으로 동결키로 선언했던 것. 전경련의 이 선언은 임금이 인상될 경우 인상된 만큼 인력을 감축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동안 이어진 호경기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몰랐던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다 주었다. 더욱이 정부는 재계의 이같은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여 정부 차원의 경쟁력 10% 제고방안까지 내놓았다. 이후 주요 그룹들은 정부방침에 맞춰 한계사업의 정리와 명예퇴직제 실시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방안을 잇따라 내놓았으며 이는 조기퇴직과 고용불안 등으로 사회전체가 불황의 한파에 휩싸이는 결과를 낳았다. 또 한편에서는 지난 5월 정부의 「노사관계개혁추진위원회」설치와 이어진 노동법 개정추진으로 재계와 노동계, 정부등 3자가 벌이는 또 한차례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노사관계 개혁과 관련된 공방은 지난달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이 확정되면서 절정에 달했다. 정부의 개정안은 노동계 뿐 아니라 재계 마저도 반발하는 등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 이같은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3자간의 공방은 내년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한편 재계는 외부의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재계회장들의 세대교체와 지난 6월의 정보통신 사업자 선정 등 안으로는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올해초 현대그룹 정몽구회장체제의 출범에 이어 금호, 두산, 한나그룹으로 이어지는 세대교체 바람은 그동안 견실경영으로 일관해온 재계의 경영패턴을 공격형으로 바꾸어 놓는 촉매제가 됐다. 이들 세대교체를 단행한 그룹은 정보통신, 제철, 유통 등으로 의욕적인 신규사업 전개와 함께 공격적인 경영목표를 제시해 재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고 이런 분위기는 내년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또 21세기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보통신 진출을 둘러싸고 중견기업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사업자 선정을 앞둔 시점에서는 40년 앙숙관계이던 삼성과 현대가 손을 잡는 등 재계의 합종련횡이 펼쳐지기도 했다.<민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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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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