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거품붕괴 조짐… 시장 매수중심 재편

■ 강남아파트 매물 홍수금리인상·세제강화 전망에 실망매물 잇달아 강남권 아파트시장의 거품 붕괴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예년같으면 강남권 매물부족현상이 두드러질 12월 중순이지만 올해엔 매물이 넘쳐나고 있다. 학군수요 등을 기대했던 집주인들이 실망매물을 내놓고 있고 앞으로 가격하락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시장은 매수자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더욱이 금리인상 가능성과 각종 세제강화조치, 대선후보들의 강력한 주택시장안정 의지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이러한 침체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 시장 위축기미 곳곳에 매도물량 적체현상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뱅크에 등록된 강남권의 신규 매매ㆍ전세물량은 9월에 비해 각각 1,800건과 1,468건이 늘었다. 부동산뱅크 양해근 팀장은 "일부 허수매물을 감안하더라도 매물이 예상외로 빠르게 늘고 있다"며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투자목적으로 집을 구입했던 집주인들이 속속 매도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거래가격의 하락폭도 두드러지고 있다. 국민은행 발표한 '11월 도시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11월 상승률은 0.1%로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통계상 수치에 비해 실거래가격의 하락폭은 훨씬 크다는 게 중개업소들의 분석이다.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가격대는 매도호가보다 1,000만~2,000만원 낮다는 것이다. 강동구 둔촌동 B공인은 "거래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가격통계를 잡기 때문에 변동률이 1%보다 낮게 잡히는 것"이라며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매물로 가격변동률을 나타낼 경우 11월 중순 이후 평균 5%는 낮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 매수자 중심시장 재편 주택가격이 급등하던 2ㆍ4분기는 매도자 중심의 시장이었다면 요즘은 매수자 중심의 시장이다. 양쪽 시장 모두 거래가 활발하지 못하다는 공통점은 있다. 당시에는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매도자들은 호가만 점검할 뿐, 매도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매수자들이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로 매수에 나서지 않는다는 게 큰 차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매도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매수자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집 값을 반전시킬만한 호재가 없어 한동안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새 정부 변수, 호재가 없다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집 값 안정과 분양가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주택시장에서 새 정부 호재는 없다. 더구나 올해 서울지역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률이 38%에 달한 데다 동시분양 평당분양가도 평균 850만원을 넘어서 부양책보다는 억제정책을 이어가야 할 상황인 것이다. 또 올해 60만 가구 이상이 공급된 데 이어 내년 이후 매년 45만 가구 이상이 입주할 전망이어서 고질적인 수급문제도 완화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연구기관이 발표한 내년 주택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매매값이 평균 0.5%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한주택공사의 주택도시연구원도 내년 집 값 상승률을 2.75%로 예측, 올해와 같은 급등세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순 주택도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새 정부가 더욱 강력한 투기억제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공급, 입주량 증가 등으로 수급도 개선돼 전체적인 주택시장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균기자 이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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