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돈 풀기로 촉발된 약달러발 글로벌 환율전쟁이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동북아 3국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엔고 고공행진에 원화매입까지 검토했던 일본이 한국과 중국에 포문을 열면서 촉발된 동북아 3국의 환율공방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 공조에 찬물을 끼얹으며 환율분쟁을 무역분쟁으로 증폭시킬 조짐까지 낳고 있다. 15일 중국 정부는 최근 한국과 중국에 외환시장 개입 자제를 요청한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의 발언에 대해 "일본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야오젠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8년 연속 중국에서 무역흑자를 보고 있는 일본은 그런 지적을 할 자격이 없다"고 반격했다. 중국의 반격은 일본에 그치지 않고 미국으로 향했다. 야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실업과 경제성장 등 내부문제 때문에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발언은 15일(현지시간)이 시한인 미 재무부의 반기 환율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로 해석된다. 중국이 일본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은 지난 13일 간 총리가 중국과 한국의 외환시장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데서 비롯된다. 간 총리와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이날 한국과 중국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도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으며,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G20 의장국의 위상에 흠집을 내는 것도 서슴지 않는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노다 재무상은 이 같은 비판에 우리 정부가 "강력 항의하고 일본으로부터 재발방지 약속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부인해 환율을 둘러싼 양국 간 입장차이를 감정싸움에서 진실공방으로까지 비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편 정부는 이처럼 환율을 둘러싸고 엇갈리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보호무역주의로 번질 수 있다며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환율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보호무역주의로 비화할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며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에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