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황사·미세먼지가 라이프 스타일 바꾼다

야구장 갈 땐 농도부터 확인… 공기청정기는 혼수 필수품으로…

스마트폰에 기상청 앱 다운 ↑

코세척 호흡기 치료 한의원에 2~3만원 비용에도 방문객 급증


"지난해에는 야구장에 가기 전 비가 오는지가 최대 관심사였는데 요새는 미세먼지 농도부터 확인하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 야구를 관람하면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에요."

프로야구시즌이 개막해 요즘 잔뜩 들떠 있는 야구 마니아 김재익(42)씨는 올해부터 야구장을 찾기 전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는 것이다. 평소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있는 김씨는 미세먼지가 높은 날 야구장을 찾았다가 연신 줄줄 흐르는 콧물에 낭패를 봤기 때문이다. 최근 부쩍 잦아진 황사와 미세먼지로 야구계에서는 "프로야구 흥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먼지"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날로 극심해지는 황사와 미세먼지가 사람들의 삶과 소비 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다. 야외 여가활동을 즐기기 위해 미세먼지 수치를 반드시 확인하고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공기청정기가 필수 혼수품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7일 기상청과 민간 기상업체 케이웨더 등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최근 5년새 가장 좋지 않았고 황사 발생일수도 평년(1.8일)을 훨씬 초과하는 5.6일로 집계됐다. 이달 6일에도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까지 치솟는 등 황사와 미세먼지는 갈수록 극성을 부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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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두 자녀가 놀이공원 가는 것을 좋아해 연간회원권을 매년 구입했던 주부 김정숙(39)씨는 올해는 회원권을 구입하지 않았다. 지난해 놀이공원을 가려고 했던 주말마다 황사가 몰려와 낭패를 봤던 기억 때문이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지은(31)씨는 최근 혼수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남자친구와 다투기까지 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김씨는 커피메이커를 사려고 했으나 남자친구는 건강을 생각해 공기청정기를 사자며 맞섰다. 현대백화점 미아점의 가전판매 코너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요새 혼수를 장만하는 신혼부부들이 필수 가전제품 외에 공기청정기를 많이 구입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서울 성북구의 주부 최유리(38)씨는 미세먼지가 심한 다음날에는 아이를 데리고 인근 소아전문 한의원을 찾아 코 세척을 하는 호흡기 치료를 받는다. 한의원을 찾을 때마다 2만~3만원 이상의 만만찮은 비용이 들지만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감수할 수 있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황사로 더럽혀진 안경·스마트폰 등을 닦는 일회용 렌즈 클리닝 티슈 '안경닦기'를 출시하는 등 제약 업계도 미세먼지 특수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심재정 고려대구로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황사와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날에는 천식 환자나 노약자의 경우 야외 스포츠 경기 관람 등의 장시간 야외활동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며 "공기청정기 등을 활용해 집안의 공기를 깨끗이 하고 황사가 지나간 직후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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