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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Watch] 출장 서비스의 진화
뷔페서 애견목욕·풍수 인테리어로 고급·다양화착한가격·원하는 시간에 최상의 서빙 받아보세요고정관념 깨고 틈새 시장 공략… 퇴직자 늘며 1인 창업으로 각광차정비·폰수리·산모마사지도 등장
조상인·이재유기자 ccsi@sed.co.kr
야외 단체행사 때 현장에서 바비큐를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출장 바비큐 서비스.
차 엔진 성능을 높이는 전자제어장치(ECU) 튜닝도 출장서비스가 된다.
서울 여의도나 광화문 이면도로에서 작은 트럭을 세우고 커피를 파는 이동형 점포를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자격증을 가진 바리스타가 서빙하는 고급형 서비스, 야외 단체행사 때 현장까지 출장가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사주풀이나 관상 등을 봐주는 역술인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역술인이 예약을 받아 고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형태도 등장했다.
진화하는 '출장' 서비스는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한다. 손안의 인터넷을 구현한 스마트폰이 앉은 자리에서 수만가지 일을 해결해주다 보니 어느새 소비자들은 '서비스를 찾아다니기보다 서비스가 나를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태도가 변한 것이다. 출장으로 해결하는 서비스들은 풍수·차례상·마사지 등 '없어도 될 테지만 버릴 수 없는' 지극히 아날로그적 아이템이라는 틈새시장이다. 다양해진 서비스를 누려보는 것도 흥미롭고 창업 아이템을 모색해보는 것도 유익하겠다. 다만 아직까지는 출장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신원보증이 어렵고 소비자의 예약 변경 및 약속 파기가 잦을 수 있다는 단점은 보완돼야 한다.
◇맞춤형 프리미엄 서비스로 고급화·다양화=출장 '사주풀이'는 굉장히 특이한 경우지만 출장 서비스는 이처럼 그간 없던 틈새시장을 노린다. 비슷하기로는 풍수지리에 맞춰 가정 내 가구를 재배치해주는 서비스 역시 약간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는 유다.
풍수로 터를 보는 지관(地官)이 방방곡곡 다니는 일이야 허다하지만 여기에 가구의 소재와 위치, 벽지 색깔, 화분의 배치 등 인테리어뿐 아니라 그림 디스플레이까지 조언하는 일은 새롭다. 풍수와 사주 철학가인 장정림 수생목오행연구소 소장은 "풍수지리를 따져 건물의 위치, 문의 방향을 정하는 것이 기본이라면 생활환경까지 그곳에 살 사람의 사주에 맞게 배치한다면 더 바람직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물(水)의 기운이 부족한 땅에 불(火) 기운까지 많은 사람이 살아야 할 상황이라면 푸른색 벽지나 흰색 가구를 들여놓으면 낫고 바다를 소재로 하거나 파란색이 많이 든 그림을 벽에 건다면 상쇄 효과도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전운이 좋아지는 물 배치, 환자 완쾌와 임신 잘 되는 침대 위치 등 풍수 인테리어도 이 같은 맞춤형 서비스일 경우에는 '출장 프리미엄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장 돌상차림은 출장 차례상과 제사상 서비스로 진화했다. 전통 상차림법에 입각해 전·탕·떡·생선·과일 등 적게는 20가지부터 많게는 40가지 이상의 제사음식을 손수 만들어주는 것은 기본, 홍동백서·어동육서·조율이시·좌포우혜의 제물 위치를 꼼꼼하게 따져 상차림까지 도와주며 제수 대여를 요청하면 상·병풍·제기·촛대까지 직접 가져와 '풀세팅'해준다. 단 밤늦게 진행되는 제사나 명절날 차례상을 차려주는 경우에는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
◇종잣돈 적게 드는 1인 창업=인터넷 포털에서 '출장 서비스'을 검색해보면 출장 뷔페 광고가 넘쳐난다. 하지만 꼼꼼히 검색결과를 뒤져보면 뜻밖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다. 패션·미용 관련 서비스는 이미 주변에 흔해졌지만 가능한 서비스의 종류가 더 늘어나고 있다.
결혼식날 혼주들을 위한 메이크업뿐 아니라 평소에도 속눈썹 연장, 붙임머리, 네일아트, 아로마 마사지까지 출장 서비스한다. 특히 산후 체형 회복 및 관리를 위한 전신 마사지 출장은 외출이 힘든 산모들에게 큰 인기다. 가격도 보통 80% 수준으로 저렴하며 엄마 마사지에 신생아 마사지 강습은 보너스로 따라온다.
사람에 대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혼자 목욕시키는 것이 버거운 큰 개 목욕·미용 서비스도 인기다. 애견관리는 찾아가는 출장 서비스와 데려갔다 데려다주는 픽업 서비스로 나뉜다. 또 직장이나 집으로 찾아와 정장 치수를 잰 후 완성해 가져다주는 맞춤 슈트 출장 서비스도 있고 한 인터넷 속옷업체는 출장·여행이나 선물 등의 이유로 급하게 제품이 필요하면 퀵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어린이 스포츠교실과 과외교습이 결합된 출장 스포츠 강사도 생겨났다. 집이나 인근 운동장·놀이터 같은 아이가 친숙한 곳에서 함께 놀아주며 농구나 축구 같은 스포츠 지도를 병행한다. 바쁜 아빠를 대신하는 서비스인 셈이다. 이외에도 집먼지·진드기 청소, 세탁기 청소, 유아 장난감 세척, 카펫 청소와 해충 박멸 등 찾아오는 '출장'만이 해법인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이 같은 출장 서비스의 경우 간혹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프랜차이즈 형태도 있으나 대부분은 1인 창업자들이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자동화로 일자리는 줄어드는 반면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시작 등 퇴직자나 취업백수가 증가한 결과다.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 여성이 새 일감에 도전하는 경우도 가세했다. 요식업이나 치킨집이 초기 진입비용이 큰 반면 퇴출도 빠르다는 위험부담이 큰 것과 달리 출장 창업은 매장 임대료를 비롯한 초기 투자금과 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전화문의 대신 고객과의 긴밀한 시간·장소 조율은 스마트폰 채팅 서비스를, 홍보는 트위터·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는 것 또한 달라진 풍속도다.
그래서 출장 뷔페도 환갑·돌잔치 같이 여러 대의 트럭에 다양한 집기와 많은 인력이 필요한 쪽보다는 가급적 작은 규모로 혼자 할 수 있는 형태가 유행이다. 대표적인 것이 커피·바비큐·생맥주 등을 야외행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다. 말이 '커피차'지 자격증을 가진 바리스타가 작은 트럭을 몰고 와 카페 수준으로 서빙한다. 기동성을 기반으로 맛과 재료·가격까지 승부처가 다양해지고 있다.
◇자동차·휴대폰·민원, 급할수록 출장 선호=있다가 없어지면 가장 허전함이 큰 것이 자동차와 휴대폰. 게다가 이들 품목은 보급률이 높아 출장 수요도 많다.
국내 자동차 2,000만대 시대라 자동차 관련 출장·대행 서비스가 인기다. 운전자는 많지만 평소 관리를 잘하는 사람은 적고 이는 정비·점검이든 세차·청소든 다 마찬가지다. 휴일 마음먹고 정비·세차를 하려고 하지만 영 귀찮기 짝이 없다.
하지만 전화 한 통화면 차를 가져가 정비·검사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가져다준다. 세차도 해준다. 2,000㏄ 중형차 기준 11만원 정도면 차량 내외부 스팀세차를 해준다. 아예 시트를 모두 들어내고 내부 코팅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또 외관의 흠집을 제거해주거나 코팅을 해주는 것도 가능하다. 전문가에 따라 의견이 다르기는 하지만 차 성능을 높이는 튜닝도 출장 서비스가 된다. 차량이 주로 운전되는 지역의 온도·고도·습도·도로상황 등에 맞게 엔진 전자제어장치(ECU) 업그레이드까지 해준다. 낯선 곳에서 열쇠를 분실했다면 차 옆에서 바로 열쇠를 만들어주고 해외출장 때 차를 공항 장기 주차장에 두기 싫다면 집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도 있다.
아이폰 출장 수리 서비스도 등장했다. 아이폰4부터 적용된 강화유리가 깨지거나 전면버튼 고장이 잦은 반면 공식 수리점은 적고 비용이 수십만원에 달해 많은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결국 사설 수리점 수가 늘어났고 급기야 출장 수리 서비스가 나왔다. 직접 매장을 찾아가는 것과는 2만원 정도 차이다.
경직되고 고압적이라 여겨지는 지방자치단체도 직접 현지에 나가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다. 포항시와 완도 등은 수상레저 관련 조종면허 시험을 직접 지역에 찾아가 치르고 문경시는 운전면허시험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 또 용인시 건강가정지원센터는 맞벌이 가정을 위해 퇴근시간까지 직접 집에 방문해 아이를 돌봐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토요 Watch] 출장서비스 누려~
사주풀이·제사상 차리기에 혼주 메이크업까지…
조상인·이재유기자 ccsi@sed.co.kr
서울 삼성동에 사는 주부 양민정(38·가명)씨는 얼마 전 동네 엄마들과 집 부근 카페에서 점을 봤다. 아직 손이 가는 네 살짜리 아이 때문에 장시간 외출을 피해온 터라 역술인이 직접 온다는 말에 솔깃했다. 넷이 둘러앉은 카페에 나타난 일명 '사주 정 선생'은 예술인 분위기의 40대 중후반 남성. 생시도 없이 생년월일만 묻고는 본인과 가족 일을 줄줄 쏟아내니 여러 입에서 절로 감탄이 나왔다. 양씨는 "'용하다'는 소문과 3만원의 저렴한 복채에 끌렸지만 이 정도면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하다"며 "역술인이 직접 찾아와 점을 봐주는 것도 그렇지만 제대로 하는 게 더 의외"라고 말했다.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쉽게 할 수 없거나 번거로운 일을 대행해주는 출장 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분화, 진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서비스가 등장해 적당한 가격과 질 높은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훔치기도 한다.
그래도 안방에 앉아 서비스를 받는데 더 비싸지 않을까 싶지만 대체로 에누리 없이 정가에 사는 정도다. 간혹 비싼 출장 서비스도 있지만 의외로 싼 경우가 더 많다. 아무래도 매장이 없어 고정비가 적고 단골·입소문 위주의 장사라 가격경쟁력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렇다 보니 직장인이 비중 큰 고객일 수밖에 없다. 주중에는 직장일에 치이고 주말을 잡일로 보내기에는 아까운 그들이다. 전화 한통에 당장 달려와 시간과 수고를 덜어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빨리 할수록 좋지만 반드시 본인이 아니어도 되는 수고스러운 일을 떠넘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