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타미힐피거의 국내 라이선스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최근 아웃도어 라인인 '타미 스포츠'를 출시하려던 계획을 포기했다.
지난 2012년 하반기 SK네트웍스는 폭증하는 국내 아웃도어 수요를 겨냥해 미국과 유럽에서 이미 판매 중인 기존 제품에 기능성 콘셉트를 더해 '타미스포츠'를 선보이려고 했다. 당시 SK네트웍스는 패션사업본부 내에 아웃도어 라인 론칭을 위한 별도 조직으로 태스크포스(TFT)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현재 해당 팀은 해체된 상태다.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두 손을 든 셈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타미스포츠를 출시하겠다고 언론에 발표했던 2012년 당시에도 조직 내부에서는 론칭이 쉽지 않을 거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빠르게 커가는 아웃도어 시장에 너무 늦게 진입을 시도한데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꿀 마땅한 도구가 없던 것이 패인"이라고 전했다.
패션업계에서는 타미힐피거가 독특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발을 디뎠다가 수렁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기능성 원단을 활용한 익스트림 라인을 바탕으로 성장한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에 캐주얼 기반의 타미힐피거가 내세울 마케팅 포인트가 부족했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등산복으로서 기반이 확실한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산악인을 후원하거나 익스트림 활동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내놓으며 꾸준히 '오리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며 "등산 브랜드로 정체성이 확실히 다져진 상태에서 캐주얼 복종으로 영역을 넓히는 시도는 괜찮지만, 그 반대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웃도어 의류 제조 과정은 소재 가공이나 원단 공급 면에서 다년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성복이 주종목인 SK네트웍스가 너도나도 아웃도어에 진출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섣불리 론칭계획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스페이스나 코오롱스포츠, K2, 블랙야크 등 국내 빅 4 브랜드들은 수십 년간 아웃도어만 바라보고 실력을 키워온 업체들"이라며 "소비자들은 아웃도어 의류를 고를 때 단순히 백화점 쇼윈도에서 예뻐 보인다고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다년간의 경험과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토대로 구매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성복 브랜드가 진입하기에는 장벽이 높다"고 꼬집었다.
SK네트웍스는 수입브랜드인 DKNY와 클럽모나코, 타미힐피거를 비롯해 오브제와 오즈세컨, 루즈앤라운지 등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