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대기업, 중기와 동반성장 하려면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최근의 저금리·저성장에 갇힌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건에서 보다시피 중소기업의 질적 성장 및 발전의 부진은 국가 전체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제 한국 경제는 대기업 및 수출기업 중심의 양적 성장에서 중소·벤처기업 투자촉진을 통한 질적 동반성장으로 전환해야 할 시기라고 본다.

대기업 자금·네트워크·노하우 뛰어나

그런데 미래 성장을 고민해야 하는 대기업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막대한 잉여현금을 쌓아놓은 반면(2013년말 현재 30대그룹 계열사의 현금성 자산은 약 158조원으로 2012년 말 대비 18.3% 증가) 중소·벤처기업은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른 투자자들의 위험기피로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아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지원 강화를 위해 지속적 기술개발, 현금제공 및 가업승계를 대신할 수 있는 사모펀드(PEF) 지원정책이 적절한 대안 중 하나다. 최근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도 지난 3월 발표한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에서 국내 토종 PEF 활성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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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정책이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도 해당 PEF에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PEF는 대기업의 막대한 잉여현금과 성공 노하우가 만성적 자금과 노하우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벤처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통로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PEF에 투자하는 재무적투자자의 경우 중소 벤처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을 통한 수익창출보다는 단기적 현금창출과 투자수익 회수에만 집착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즉 PEF의 재무적투자자의 경우 투자 대상 기업에 대한 R&D 투자 증대 등을 통한 중장기적 사업경쟁력 강화보다는 과다한 현금 배당 등에 따른 투자수익 단기회수에 치중하는 부작용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주요 대기업들은 다양한 제조업과 서비스업 부문에서 성공 노하우와 글로벌 경쟁력과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PEF를 활용해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중장기적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비록 대기업이 계열사 확장을 위해 PEF를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으나 이미 금산법 등 국내 법령에서 이 같은 부작용을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

중기 지원 PEF 참여 허용으로 상생해야

따라서 침체된 국내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간 동반성장을 촉진하는 통로 역할을 할 PEF에 대한 대기업의 참여가 모색돼야 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금융전업그룹'에 한정해 PEF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일부 그룹에 한정된 규제완화는 규제차익 발생에 따른 역차별과 단기투자 수익만 추구하는 '기업 사냥꾼'을 양성하는 부작용을 낼 가능성이 있다. 대안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성공 노하우를 보유한 대기업의 PEF 진입을 활발하게 해 풍부한 자금뿐만 아니라 첨단기술 및 사업운영 능력까지 결합된 상태로 중소·벤처기업에 공급되면 국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중장기적 성장과 금융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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