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10월 20일] 일본의 변화와 선린관계

일본이 반세기 만에 실질적인 정권교체를 이룬 지 한달여가 지나고 있다. 온 국민의 개혁 염원을 안고 출범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정권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당시 이후 역대 2번째인 7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토야마 총리는 신정부 최고 자문기구인 행정쇄신회의에서조차 대기업 이권단체인 게이단렌(經團聯)의 출입을 금하는 한편 3년 내에 기업 정치헌금을 없애겠다고 선언하며 개혁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할아버지에서 아들, 손자로 이어지는 정치인의 세습구조에도 철퇴를 가하는 동시에 일상화된 기관장의 낙하산 인사 역시 수술을 가한다는 공산이다. 그는 전쟁 미화의 주역이었던 야스쿠니(靖國)신사에도 참배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패전 이후 일본 사회는 사실상의 1당 독주체제를 유지하며 정ㆍ관ㆍ재계 3각축이 변화없는 '아성'을 형성해왔다. 만연화된 정경유착과 '제 식구 감싸기'는 불황의 반복 등 일본의 추락을 낳은 근원이라 할 만하다. 지난 10년 사이 삼성에 이어 글로벌 2위로 전락한 소니의 한 전직 간부의 고언은 이를 잘 대변해준다. "신제품 개발엔 아무 열의가 없고 '예스맨'들만 우글거린다"던 그의 비판은 기실 일본 사회 전반을 향한 쓴소리에 가까워 보였다. 내부로부터 비판과 변화가 가해지지 않는 사회가 낳은 결과는 참담했다. 일본은 미국에 이은 세계2위의 초강대국이지만 국제사회에서 그만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나친 친미성향에다 '사과하지 않는 일본'의 모습은 식민지 경험이 있는 이웃에서부터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본이 과거사를 사과할 수 없는 이유도 어쩌면 자신의 조상에게 칼을 들이댈 수 없는 이런 배경에 근거하는 것 같다. 때문에 일본은 진정한 민주국가라는 인정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외신들은 그저 이를 '일본식 민주주의'라고 불렀다. 하토야마의 개혁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그러나 고이즈미 이후 등장한 세 차례 내각이 모두 1년을 못 넘긴 채 단명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일본 사회가 나아가기 시작한 향방은 자못 분명해 보인다. 우리의 대통령 선거를 꼬박 생중계하며 '다이나믹'함을 못내 부러워하던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때마침 불어닥친 금융위기를 계기로 한중일 3국도 진정한 우호선린 관계를 열어가는 듯하다. 급부상하는 중국 외에도 우리는 진정한 선진국의 면모로 거듭날 일본과도 마주설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취임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우리 배우와 만나 "정조처럼 개혁을 하겠다"고 답하던 총리의 허식 없는 당당함이 전과는 다른 무게로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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